이호진(56)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일 일고 있는 가운데, 태광그룹의 임직원들이 이 전 회장이 소유한 골프장의 상품권 수십억 원어치를 계열사를 동원해 사들여 회사에 피해를 준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ㄱ씨 등 태광그룹 임직원 6명을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 등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골프장 휘슬링락CC의 상품권 81억원 어치를 201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태광그룹 계열사 여러 곳의 자금과 명의로 사들여 이들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 등이 상품권을 사들일 당시 이 골프장은 이 전 회장이 소유했으며 이 전 회장은 올해 2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8월 태광그룹의 한 계열사에 이 골프장을 팔아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상품권은 휘슬링락CC에서 4명이 골프와 식사 등을 할 수 있도록 발행된 것으로 1장당 가격은 17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과 이달 초 등 2차례에 걸쳐 휘슬링락CC를 압수수색 한 경찰은 ㄱ씨 등의 배임 혐의와 이 전 회장과의 연관성, 문제의 상품권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현재 400억 원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그해 4월 간암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회장은 8년 가까이 재판을 받는 동안 병원 입원과 보석을 거듭해 실제 수감 기간은 63일에 불과해 ‘황제보석’ 논란을 빚고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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