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이 2014년부터 예산감시운동을 펼치면서 곡성군의 업무추진비 집행액이 2016년 1억7335만원에서 2017년 1억4544만원으로 줄었다.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
전남 곡성군수 등이 한해 업무추진비의 40%를 내부 직원들의 밥값으로 쓰고 있다.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은 26일 지난해 곡성군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분석해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식사와 음료를 곁들인 간담회에 들어갔다. 이런 모임의 대상 가운데 75.8%가 내부 직원이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곡성군수와 부군수는 지난해 예산에 세워진 업무추진비 1억8000만원 중 1억4544만원을 집행했다. 집행액 중 40.5%인 5901만원은 내부 직원과의 간담회에 썼다. 현금으로 지출한 격려금 2550만원의 수령자가 밝혀질 경우 내부 직원한테 돌아간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업무추진비는 군민 3만명을 위해 써야 마땅하다. 살림살이를 맡은 공무원 700명한테 40%를 지출한다는 게 상식에 어긋난다”고 따졌다.
간담회를 연 장소나 시간이 미심쩍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유근기 군수는 지난해 9월25일 낮 12시44분 군 복지실 직원 등 14명과 20만원어치 점심을 먹었다. 같은 날 오후 2시22분에도 군 지역마케팅팀 직원 등 9명과 16만원어치 오찬을 했다. 같은 날에 두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내부 직원들과 식사를 한 것이다.
또 7월27일 오전 9시6분에는 호남고속도로 곡성휴게소에서 지역 현안사업 추진을 위한 조찬 간담회를 했다는 명분으로 2만6500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동 중 아침이나 간식을 먹고도 간담회를 열었다고 정산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 관용차량의 운행기록은 허점 투성이었다.
유 군수의 승합차는 같은 해 9월14일 관내운행이라고 기록됐지만 하루 648㎞를 달렸다. 곡성군은 동서로 31㎞, 남북으로 30㎞인 산간이라 하루 주행거리가 200㎞를 넘기 어려운 곳이다. 또 별다른 일정 없이 주말에 운행한 횟수가 한해 32차례나 됐고, 평일에도 운행일지의 기록이 없거나, 하이패스 내역과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
김영희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 대표는 “권위주의 시대에 단체장한테 주어졌던 특권은 이제 시대에 맞게 폐지해야 마땅하다. 관용차는 개인적으로 출근한 이후 공무에만 사용하고, 업무추진비는 직책·부서에 주지 말고 사업별로 편성해 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은 2014년 12월 주민 10여명으로 출범했다. 지난 2015년부터 한해 3000억원에 이르는 군 예산을 복지 관광 환경 농정 등 분야별로 꼼꼼하게 감시해왔다. 연초에 그해 예산을 분석하고, 8월에 재정공시로 지난해 결산을 확인한다. 곡성의 시도가 성과를 내면서 장흥 구례 광양 등에서 비슷한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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