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대 부산경찰청장이 간부 회의에서 “기업은 국력이자 국가 경제력”이라며 기업인에 대한 사실상의 불구속 수사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기업 관련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부산경찰청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박 청장은 지난달 10일 계장급 이상 경찰 간부들이 참석한 아침회의에서 “악성 기업주가 아닌 기업주를 구속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근간인 신뢰와 신용, 거래관계를 단절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은 국력이자 국가 경제력이라는 거시적 시각으로, 기업 사범을 수사하는 경우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나온 대로 불구속 수사원칙을 구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도산한 기업 사범에 대해서까지 구속의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구속이 곧 성과이자 수사 목적’이라는 생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것은 기업을 회생 불가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청장의 발언은 부산경찰청 내부망에 게시됐다.
박 청장의 발언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ㄱ경찰관은 “악성 기업주를 경찰이 무슨 근거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피의자의 범행 정도 등을 (수사관) 개인적 판단에 따라 수사 강도를 조절하라는 말도 될 수 있고, 피의자가 누군지에 따라 분류해 (수사 강도를) 결정하라는 말도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속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지, 수사기관인 경찰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업범죄 수사 경력이 풍부한 한 경찰관은 “경험적으로 경제 범죄 수사는 기업주가 회계 자료 등 증거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아 구속수사의 효과가 크다. 이 발언으로 수사관들이 기업 관련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장의 회의 발언은 사실상의 지침으로 통용되는 만큼 기업수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재 기업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회의 당시) 특정 업체를 거론하지도 않았고, 원칙적인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발언의 전체 내용과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시대 흐름도 불구속 수사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으냐”고 자신의 발언이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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