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아파트에서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해 도로바닥에 굵은 녹색 선을 그려 넣거나 우중충한 우편함에 빨갛거나 파란 색깔을 입혔다.
“이 아파트에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상당수가 늘 치매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매를 앓는 노인이 마을에서 길을 잃고 실종된 사건이 지난해 발생했습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소이랩’이 대구시 북구 산격동 산격주공아파트에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억 보듬길’을 조성 중이다. ‘기억 보듬길’은 무채색인 아파트 안팎의 이정표, 안내판, 동호수, 우편함 등에 색깔을 입히고 실내외 환경을 노인들의 인지능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으로 바꿔나가는 사업이다.
대구 산격주공아파트 주민들이 복지관에서 <소이랩> 직원들과 ‘기억 보듬길’ 사업에 관해 의논하고 있다.
소이랩은 착공에 앞서 11월2일 오후 6시30분 이 아파트 안에 자리 잡은 산격종합사회복지관에 지역주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이어 11월3일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격종합복지관 건물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벽화와 소품 만들기 작업을 펼친다.
소이랩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었거나 추억이 깃든 글, 그림, 소품 등을 복지관 곳곳에 배치해 어르신들에게는 사라져 가는 추억을 되찾아주고,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채워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산격종합복지관 고한용 부장은 “전체 아파트 주민 가운데 65살이 넘는 노인이 30%에 이르고 상당수는 치매를 걱정한다. 이곳 주민들이 기억 보듬길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소이랩은 복지관 내부사업이 끝나면 11월 중으로 아파트의 회색 벽면에 빨간색, 주황색, 파란색 등으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장종욱(27) 소이랩 대표는 “치매 관련 논문을 보면, 인지건강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주면 치매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억 보듬길 사업이 치매 예방에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억 보듬길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국민 참여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국민해결 2018’에 선정됐으며, 희망제작소와 대구시민센터가 지원한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소이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