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청렴식권. 울산시는 1일부터 직무와 관련해 시청을 방문하는 민원인이 점심때까지 업무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담당 공무원과 함께 구내 직원식당을 이용하며 면담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청렴식권제’를 시행한다. 울산시 제공
최근 울산에서 도로공사 자재 납품문제와 관련해 시청을 찾은 업체 관계자 ㄱ씨는 담당 공무원과 면담 도중 점심 때가 가까워면서 고민이 생겼다. 면담이 길어지면서 점심시간은 지나야 할 것 같은데 식사문제를 놓고 복잡한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래도 ‘을’의 처지에 있는 자신이 담당 공무원을 접대해야 할 듯한데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 지, 청탁금지법과는 어떻게 되는 건지, 그렇다고 따로 식사하기도 그렇고…
앞으로 울산시청을 찾는 민원인은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울산시가 1일부터 ‘청렴식권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청렴식권은 직무와 관련해 울산시청을 방문한 민원인이 점심때까지 업무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담당 공무원과 함께 구내 직원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식권이다.
관공서에서 각종 공사·용역·계약·인·허가 등 업무와 관련해 점심 때쯤 면담이나 회의를 마치면 관례로 점심을 접대해야 한다는 민원인(업무 관계자)은 물론 민원인의 식사요청을 선뜻 거절하기 어려운 담당 공무원의 심적 부담감을 함께 없애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현재 경남도와 서울 강남구, 부산 동래구, 전남 남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시는 공무원이 민원인과 공개된 직원식당을 이용하는 청렴식권제 시행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민원 응대를 통해 식사비 대납이나 밀실청탁 등을 사전에 막고, 시를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식사를 대접함으로써 공정한 업무처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렴식권은 각 부서에서 수요가 생기면 총무과에서 일괄배부하고, 사용된 식권은 사용대장 명부와 대조한 뒤 후불 결제로 정산하기로 했다. 시는 올 연말까지 이 제도를 시 본청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한 뒤 내년부터 직원식당이 있는 사업소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울산시 총무과 담당자는 “점심때도 민원인과 대화를 계속 진행해 소통을 활성화하고,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사라져 가는 직무 관계자와 공직자 간 소박한 식사문화 유도로 청렴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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