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시인의 일본어판 시집 <광주로 가는 길>.
“일본 독자들도 이제 광주 오월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시를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월과 무등산의 시인 김준태(70) 시인은 2일 “일본어로 출간된 시집을 받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출판사 후바이샤에서 김 시인의 시집 <광주로 가는 길>을 최근 번역 출간했다. 번역은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맡았다. 이번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해 10월 도쿄 주오대에서 한·일 양국 문학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번 일본어판 시집은 ‘아아 광주여’, ‘새들의 노래’, ‘희망과 진실’, ‘5월에서 통일’ 등 4부로 구성됐으며 7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5·18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려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작품으로 꼽힌다. 김 시인은 “원고 청탁을 받고 한 시간 만에 울분과 격정으로 썼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80년 6월2일 치 <전남매일> 1면에 실린 이 시 때문에 그는 광주 505보안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고교 교사를 그만둬야 했다. 교단에 복직한 뒤 언론계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내 시의 화두는 생명과 평화와 통일 그것들에 모이고 있다.”
1948년생인 김 시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징용과 징병으로 끌려갔던 이력을 갖고 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김 시인은 한반도의 모순의 근원을 ‘분단’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일본어판 시집에도 통일과 생명, 평화를 노래해 온 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의 등단작으로 중1과 고2 교과서에 실려 애송되고 있는 ‘참깨를 털면서’와 ‘콩알 하나’도 이번 시집에 담겼다.
전남 해남 출신인 그는 1969년 <시인>에서 등단해 올해 고희를 맞아 두 권의 새 시집을 냈다. 지난 8월엔 시집 <밭詩, 강낭콩>을 냈고, 앞서 지난 5월엔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출간했다. 두 시집에선 “현실에서 결코 잊히거나 파괴되지 않아야 할 삶의 지평으로 상정하고 있는 고향”과 어머니, 자연, 대지를 주제로 한 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