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5일 공동 조사에 나선 한강하구 중립수역 모습. 경기 김포시에서 2㎞ 가량 떨어진 강 건너편 북한 개풍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다보인다. 박경만 기자
남·북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과 임진강 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경기·강원 접경지역에서부터 제주까지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방부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에 대한 남북 공동수로 조사를 5일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동이용 수역은 남쪽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으로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북쪽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 70㎞ 구간이다.
군과 해운 당국 관계자, 수로 조사 전문가 등 남북 각각 10명으로 꾸려진 공동조사단은 올해 말까지 전체 해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조사한다. 남한 쪽 조사선박 6척이 투입되는 이번 조사는 선박에 탑재된 음향장비를 이용해 물속 해저 바닥까지 깊이를 측정해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수심을 조사한다.
조사가 완료되면 남북은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항행정보(해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강과 임진강하구는 골재채취, 관광·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의 병행 추진이 가능한 수역으로 평가됨에 따라 공동이용에 따른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앞서 남북은 2007년 10월 평양 정상회담 때도 한강하구 공동이용에 합의하고 골재채취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흐지부지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강하구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민감수역’으로 관리돼 민간선박의 자유항행 자체가 제한됨에 따라 수로측량 등 기초조사와 해도 제작 등 항행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강하구 생태·물길 조사,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을 꾸준히 추진해온 경기 김포시는 최근 남북의 한강하구 공동조사 시작을 계기로 남북 접경지역 간 교류협력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한강 남북에 ‘조강리’ 포구를 공유하고 있는 북한 개풍군과 김포시가 자매 결연을 맺고 각종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 조강리와 남한 조강리 양쪽에 ‘조강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고, 남북의 조강리를 잇는 ‘조강평화대교’를 건설하는 일이 주요 사업”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의회와 경기도의회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지방의회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과 비무장지대 공동개발에 앞장서자는 취지에서 ‘평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의회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방정부 간 남·북 교류사업 주도권 선점 경쟁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고, 접경지역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하는데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제주도에서는 남북교류사업을 북쪽에 건의했다. 제주도의회 강철남·문종태 의원은 지난 3~4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에 참가해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제안이 담긴 제주도의회 의장의 편지를 북쪽 대표단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대학도 나섰다. 강원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일반대학원에 ‘평화학과’를 신설하고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평화학과는 ‘협력’과 ‘평화’를 21세기 문명이 요청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쟁의 문명’에서 ‘평화의 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강원대는 설명했다.
박경만 이정하 박수혁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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