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작전’ 의혹까지 제기된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 당선작 논란이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가건축위)로 넘겨진다. 새 청사 공모전 심사위원장에서 사퇴한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는 심사 과정과 결과 전반에 대해 국가건축위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당선안대로 건축되면) 정부세종청사 전체가 ‘불구’가 될 수 있다”며 “정식으로 보고되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승효상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 설계작 선정과 관련한 사태를 알고 있다. 정식으로 보고되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국가건축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주요 건축의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 정책을 조정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행정안전부에 검토한 결과를 권고할 수 있다.
승효상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심각한 일이다. 새 청사의 건축은 정부세종청사의 건축과 관련해 불합리한 점을 보완할 기회인데, 그 기회가 무산된 것 같다. 세종청사가 ‘불구’의 형태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세종청사 사용자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청사를 더 나은 형태로 완성할지에 대해 고민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공모전 과정과 심사 결과뿐 아니라, 공모전 방식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승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정부청사 등 공공 건축의 설계안 공모 방식에 대해서도 그동안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므로 이번에 가장 타당한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아직 새 청사가 지어지지 않았으니 이번에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 국제설계공모전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 아르키움 제공
지난 31일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인철 대표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가건축위에 이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비공식적으로 보고했고, 곧 공식적으로도 곧 보고할 것이다. 국가건축위에서 행정적·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등 이번 문제를 전반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국가건축위에서 좋은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만약 ‘작전’이 있었더라도 좋은 설계안이 뽑혔으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안이 뽑혀 내가 사퇴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애초 마스터플랜의 목표가 세종청사 가운데를 비우는 것이라 건물을 짓더라도 되도록 공간을 비어보이게 해야 한다”며 “그래서 세종청사 가운데에 고층 건물을 세우는 안에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독특한 형태의 기존 정부세종청사 건축물이 있으므로 새 청사는 거기에 ‘화룡점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점을 엉터리로 찍는 바람에 세종청사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1차 투표에서 1등, 최종 투표에서 2등으로 선정된 해안건축사사무소의 설계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1차 투표에서 2등, 최종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희림건축사무소의 설계안. 행정도시청
지난 10월31일 행정안전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정부세종청사의 한가운데 빈 터에 들어설 새 청사의 설계안 당선작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청사 설계안이 저층형·곡선형인 기존 청사와는 완전히 이질적인 고층형·직선형 건물이어서 논란이 벌어졌다. 심사위원장이었던 김인철 건축가는 최종 투표가 끝난 뒤 “행안부가 의도한 대로 당선작이 결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위원장직과 행정도시청 총괄건축가직에서 사퇴해버렸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