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일부 초등학교에 남아있는 이승복 동상에 대해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철거를 지시했다. 이승복 동상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반공의식을 고취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에 설치됐다가 민주화 이후 시대 분위기에 맞춰 대부분 사라졌다.
6일 울산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노 교육감은 지난 5일 시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지난주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니 아직도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교육감은 이날 “(이승복 동상은)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거 필요성을 밝혔다.
이승복은 1968년 발생한 이른바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북한 무장공작원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하다 가족과 함께 살해당한 것으로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일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승복 일화와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였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1992년 시작된 6차 교육 과정에서부터 관련 내용도 교과서에서 빠졌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초등학교에 남아있는 이승복 동상은 모두 개인이 기증한 것들로, 기증자나 유족의 동의 없이는 철거가 어렵다. 학교장 판단으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고, 기증자 동의 절차나 철거한 동상의 보관 방법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는 현재 강남·복산·태화 등 초등학교 12곳에 아직 이승복 동상이 남아있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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