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인허가와 확장 과정에서 3억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받던 최규호(71) 전 전북 교육감이 잠적 8년 만에 붙잡혔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6일 오후 7시20분께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식당에서 최 전 교육감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체포 당시 그는 수사관들이 “최규호가 맞느냐”고 묻자 순순히 시인하고 체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교육감은 인천 송도의 2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면서 숨어살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인 2008년 6월까지 전북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김제 자영고(옛 김제농고) 터를 골프장 쪽이 매입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3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이 탄 호송차량이 7일 전주지방검찰청 주차장에 있다. 이날 오전 김 전 교육감은 수사를 받았다. 박임근 기자
당시 검찰은 돈을 전달한 최아무개(59) 교수 등 2명한테서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2010년 6월 퇴임한 최 전 교육감은 수사 사실을 알고 그해 9월 잠적했다. 검찰은 뒤늦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그동안 그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전주와 김제, 서울 등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그의 행적을 쫓는 한편, 가족을 통해 자수를 권유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병원 치료기록, 신용카드 내역, 휴대전화 사용 이력도 조회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그동안 일본 밀항설, 조직 비호설 등 억측이 난무했고, 지난 4월엔 그의 장례가 전주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최 전 교육감의 친형이 숨진 게 와전된 것이었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가 7일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 검거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전담검사를 지정하는 등 수사에 집중해 3개월 만에 최 전 교육감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검찰 관계자는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서 상당 기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도피했고 돈이나 거처를 제공한 인물이 다수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력자 중에는 친인척과 교육 관계자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피 기간 중 최 전 교육감이 국회의원을 지낸 친동생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현직 사장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선 “더 수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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