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가 8일 전북도청에서 익산시 장점마을 주변 비료공장에서 불법 매립된 폐기물을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암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장점마을의 주변 비료공장 지하에 불법 폐기물 저장탱크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8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료공장쪽에서 지하에 폐기물 저장탱크를 만들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탱크 위쪽에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고 식당으로 활용했다”며 “행정당국은 이를 전수조사하고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국립환경과학원이 토양오염을 조사하던 중 이런 불법 폐기물 저장시설과 불법 매립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식당 면적 등을 고려하면 372만톤(t) 가량의 폐기물이 매설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공장 굴뚝 옆과 앞마당에도 각각 깊이 1m, 4.5m 깊이의 폐기물 층이 나왔다며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식당 아래 폐기물은 공장 냉각시설과 세정탑에서 발생한 오니(슬러지)로 추정되고, 마당 등의 폐기물은 공장에서 발생한 것을 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이 8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을 주변 비료공장 시추과정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최재철 대책위원장은 “이 공장에 근무했던 전 직원의 증언에 따라 식당 등을 시추했다. 기름냄새가 나고 독성이 있는 채취 물질을 용역기관이 수거했기 때문에 조만간 성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수·토양층을 전수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홍정훈 변호사는 “용역기관이 지금 진행하는 역학조사는 주민들의 건강과 관련한 것이다. 불법 조사권한이 있는 익산시가 불법 폐기물 매립과 관련한 조사를 벌여 주변 오염관계를 살피고, 위법사항을 형사고발해야 한다. 또한 다른 업체가 이곳을 인수해 다시 운영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따라 후속조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등이 8일 오전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료공장에 대한 전수조사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2001년 들어선 해당 비료공장은 익산 장점마을과 50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마을에는 지금 80여명이 살고 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주민 30명이 암에 걸려 16명이 사망했다. 익산시는 지난해 4월 환경오염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이 업체에 공장폐쇄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한 업체가 경매로 낙찰을 받은 상황이다.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지난 7월 중간발표에서 이 마을에 1급 발암물질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가 청정지역보다 최대 5배나 많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역학조사가 부실하다고 지적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민대책위 등과 함께 별도로 시료 채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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