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의 문태고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내면서 과목당 최대 80%까지 참고서 등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교육청은 9일 “중간고사 영어 문제가 사전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 중인 문태고의 성적관리를 감사한 결과, 이 학교 2학년이 2017~2018년 치른 7차례 시험에서 17개 과목의 문제가 해당 교과 참고서나 지난해 기출문제에서 그대로 출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은 지난 5∼7일 감사반원 8명을 투입해 2학년의 입학 이후 중간·기말고사의 시험 출제와 성적 처리를 확인했다.
감사 결과, 올해 1학기 중간고사에서 6과목, 1학기 기말고사에서 7과목, 2학기 중간고사에서 4과목의 시험문제에서 참고서나 기출문제를 베낀 문제가 발견됐다. 또 지난해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도 한 과목 이상에서 이런 문제가 확인됐다.
특히 문학 과목의 경우 올해 1학기 중간고사 때 서른 문제 중 스물 다섯 문제가 참고서 등에서 베낀 문제가 출제됐다. 이 가운데 스물 네 문제는 여러 종의 참고서에서 그대로 옮겼고, 한 문제는 지난해 기출문제를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썼다. 1학기 기말고사 때도 서른 문제 가운데 스물 세 문제가 베낀 문제였다. 이 중 열아홉 문제는 참고서에서, 네 문제는 기출문제에서 가져왔다. 이 과목의 출제는 교사 4~5명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또 화법과 작문 과목은 2학기 중간고사 때 서른 문제 중 열 아홉 문제를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 열 다섯 문제를 참고서에서, 네 문제를 기출문제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이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교사는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 교육청은 문제를 베낀 교사들의 징계를 해당 학교 법인에 요구하기로 했다. 도 교육청의 감사결과 처분 기준을 보면 시험문제 중 50% 미만을 그대로 출제하면 주의, 그 이상이면 경고나 견책·감봉 등 경징계를 하도록 하고 있다.
김용찬 도교육청 감사관은 “워낙 어이가 없는 일이리라 믿기 어려웠다. 해당 교사들이 최대 83.3%까지 참고서 등에서 베낀 만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강을 다잡고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사립인 이 학교는 지난달 5일 치른 2학년 중간고사 영어 문제가 사전에 일부 학생들에게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시험을 치렀다. 이어 경찰 수사와 도교육청의 감사를 받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