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7일 경찰청 김 경감이 전북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
경찰청의 한 간부가 전북대 총장 선거 기간에 현직 총장인 후보자에 대한 비리 내사 사실을 공개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후보자는 선거에서 2등으로 밀렸다. 전북대에선 이 경찰 간부가 선거 기간에 이런 문자를 보낸 행위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당시 첩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현재 추가 확인하는 것은 없다”고 발을 뺐다. 전북대와 경찰청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10월17일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김OO 팀장(경감)은 전북대 이아무개 교수에게 10월17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내용은 대학 내의 다른 교수 등 구성원들에게 빠르게 전달됐다. 17일 보낸 메시지 내용을 보면, “교수님, 경찰청 김OO 경감입니다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하여 통화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돼 있다. 18일에 보낸 메시지 역시 “이△△ 교수님, 경찰청 범죄정보과 김OO 경감입니다.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하여 잠시 통화 가능할까요?”라고 돼 있다. 이 내용은 메시지를 받은 교수의 이름이 지워진 채 전북대의 다른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경찰청 김 경감이 전북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
이 문자 메시지가 확산되자 전북대의 한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장 선거 와중에 경찰청의 내사라니,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도대체 무슨 사유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또 교수회장은 22일 평의원들에게 “경찰청 본청 수사국이 대학에 와서 직접 조사를 하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닐 수 있다”며 “대학본부는 경찰청의 내사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회장은 대학본부 쪽에도 확인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대학본부는 22일 총장 직무대행인 교학부총장 명의로 대학 구성원들에게 “조작된 허위 사실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일을 발송하고, 이 사건을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위로 판단해 관할 전주 덕진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수회장이 10월23일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 내용.
23일엔 이 총장을 제외한 후보자 6명이 총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이 이남호 후보의 비리 관련 사실을 내사한 일이 정말 없는지 함께 찾아볼까요”라는 내용의 공개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이남호 후보는 23일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며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전주 덕진경찰서에 다른 후보자들을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 경감이 이 총장을 제외한 후보자 6명 가운데 3명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전북대의 한 교수는 “해당 메시지가 많은 교수들 사이에 돌았는데, 실제로 내사가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번 사건이 총장 선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일 이틀 전인 10월27일 전북대총장 임용후보자추천위의 경고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 경감은 “보안 사항이어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김 경감이 소속된 경찰청 수사국의 한 간부는 “당시 첩보가 입수돼 관련 교수에게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 이 총장의 비리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추가 확인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다른 간부는 “처음 첩보를 받았을 때는 총장 선거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김 경감이 이 총장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2~3명과 연락하다가 총장 선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즉시 사실 확인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학본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덕진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 속에서 10월29일 치러진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 김동원 공대 교수가 1위를 차지했고, 이남호 현 총장이 2위를 차지해 각각 1, 2순위로 교육부에 추천됐다. 박임근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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