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강원지부 홍천지회는 13일 오후 홍천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사례를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 홍천지회 제공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로 발령이 난 교사 ㄱ씨는 교무실 인근 주차장에 주차했다가 교감에게 불려가 혼이 났다. “교장 전용 주차장인데 그곳에 차를 댔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황한 ㄱ씨는 다시 주차장에 가봤지만 교장 전용 주차장을 알리는 안내판은 없었다. 교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으레 교장만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ㄱ씨는 그 다음 날에도 아침 일찍 출근해 그 자리에 주차했다. 또다시 교감에게 불려가 며칠 동안 혼이 났지만 ㄱ씨는 굴하지 않았다. 결국 이 학교에서 교장 전용 주차장이라는 관행은 사라졌다.
강원 홍천지역 교직원과 시민단체 등이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사례를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강원지부 홍천지회는 13일 오후 홍천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근대적인 학교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홍천지회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홍천의 ㄱ초등학교와 ㄴ고등학교는 교장과 교감 등 상급자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 때 해당 학교 교사가 접수대를 맡는 등의 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봉 홍천지회 연대사업부장은 “교장·교감 등은 근무평정을 주는 평가권자로 피평가자인 교사가 상급자 경조사에서 가족·친척 등이 맡는 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상급자가 해당 교사에게 승진에 유리한 근무평정을 주면 부정청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에선 여전히 교장 전용 주차장을 지정하고 이곳에만 비 가림막을 설치한 채 운영하고 있으며, 교직원이 교장 주차장에 주차했다는 이유로 상급자에게 불려간 사례도 있었다고 홍천지회는 밝혔다. ㄷ초등학교 등에서는 교장이 회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교직원의 이름을 부르거나 반말, 폭언을 하기도 했다.
친목회는 사적 모임으로 희망하는 사람만 가입하면 되지만 ㄹ초등학교 교장은 모든 교직원에게 친목회 가입을 강요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또 교직원 휴가 때 구체적인 사유를 적으라고 하거나 단체협약을 위반해 방학 중에도 교사 근무조를 운영하는 등의 사례도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호 홍천지회장은 “오늘 발표한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홍천을 넘어 강원도, 전국으로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해다.
이에 대해 홍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교조를 통해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사례를 접하고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지도 점검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교장단 회의 등에서 지속적인 연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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