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개념이 적용될 광주시와 전남 함평군 일대에 걸쳐 있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 광주시 제공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노조 간 시각차가 매우 크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일자리 협상이 타결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와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추진을 위한 투자유치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역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며 15일 이틀 째 현대자동차와 신설법인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 광주형 일자리 보는 시각 광주시와 한국노총 광주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해 꾸린 투자유치추진단(이하 추진단)은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임금과 정부와 자치단체의 주택·교육 등의 지원책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 4대원칙인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이다.
추진단은 적정임금을 “정규 고용관계를 원칙으로 과도한 고임금화를 지양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신설법인이 설립될 경우 노동자 초봉 평균 임금을 3500만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정노동 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잡고 있다. 특히 신설법인이 원하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잡고 있다. 노동계 한 인사는 “그간 부품업체 납품 단가를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로 빠졌던 것을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선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를 보는 시각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는 명칭 그대로 저임금 지역형 일자리 경쟁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광주형 일자리 방안이 전국 도시 어디에도 볼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와 유사한 기업유치 프로젝트로 ‘평가 절하’하고 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지역간 저임금 하향 평준화 경쟁에 기름을 붓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일자리 문제 해결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주형 일자리 영향 논란 추진단은 “지역의 일자리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단순히 광주형 일자리를 기업 유치전략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광주는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도 2200만원으로 전국평균의 70%에 불과하다. 지난해 8118명의 순유출자 가운데 66%가 20~30대 청년층이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2014년 6월 지방선거 공약으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제안한 것도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추진단은 “연봉 4000만원 수준에 주거·의료 혜택을 주는 일자리를 기다리는 지역 청년들의 간절함을 대기업 노조가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노조는 “경차 시장은 과포화 상태며 광주형 일자리로 2021년 10만대를 추가한다면 다른 자동차 공장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풍선효과를 불러온다”며 “결국 다른 공장의 임금이 하락하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국내 경차 시장이 2017년 14만대에 불과하고 올해 10월까지 11만대 판매에 그쳤다는 점을 든다. 2019년 1월이면 현대차 울산 3공장에서 경차 에스유브이 큐엑스가 연간 10만대가 생산된다. 추진단 쪽은 “현대차와 기아차 형제공장 사이에도 동일 차종이 생산되는 경우가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은 줄어들더라도 에스유브이 시장은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반박한다.
■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위반 논란 추진단은 광주·전남 일원의 빛그린국가산업단지(407만1000㎡)에 광주형 일자리 개념이 적용될 현대차 투자 완성차 공장(62만8000㎡)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인설립과 공장건설을 마친 뒤 현대차에서 위탁받은 경차 에스유브이(SUV)를 최소 7만대 정도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기존 생산차와 겹치지 않는 신차종 생산을 하기 때문에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광주시와 한국노총 광주본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투자유치추진단이 13일 노사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단체협약을 보면 위탁생산은 생산외주화에 해당되기 때문에 반드시 60일 전에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8월 노조에 “아직까지 투자가 결정된 바 없다. 단체협약을 지키겠다”고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단은 광주형 일자리를 국내 제조업 공장의 해외이전을 막아줄 대안이라고 반박한다. 추진단 쪽은 “고비용 구조 때문에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확산되면 미국, 일본처럼 해외로 떠난 제조업 공장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본국 회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