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자연유산 부문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모습. 박경만 기자
경기도 파주 장단반도와 한강하구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이은희·윤인석)가 뽑은 제16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파주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등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유산 각 4곳씩 모두 8곳을 선정해 지난 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장단반도와 한강하구를 제안한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노현기 집행위원장은 “분단으로 인해 자유로운 접근이 불가능한 파주 장단반도와 한강하구는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오히려 개발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의 터전이자 재두루미, 수원청개구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고인 만큼 지켜내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마식령에서 발원해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흐르는 임진강 남쪽 구간은 대부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2014년 국토교통부가 이른바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훼손위기를 맞았으나 시민대책위의 끈질긴 반대에 부딪혀 올해 초 사업을 최종 포기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의 긴장 관계가 화해무드로 전환되면서 임진강과 장단반도는 ‘통일 경제특구’ ‘국제평화특구’ ‘제2의 개성공단’ 등의 표현으로 ‘개발의 노른자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정명희 사무국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노현기 공동의장(세번째)이 지난 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제16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내셔널트러스트는 “남과 북의 평화가 임진강 하구·장단반도에 대한 개발의 신호탄으로 작용하지 않길 희망하는 선제적 보전차원의 조처로 선정했다. 임진강과 한강하구는 중립지역으로 하상 조사와 생태조사조차 진행된 적 없는 상황에서, 보전을 위한 우선적 자연환경조사의 필요성도 고려됐다”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자연유산 부문에서는 ‘난개발 천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용인 부아산’이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한국농어촌공사가 매립을 추진 중인 ‘화성호 13번 습지’가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했다. 충북 청주의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는 미래세대지킴이상을 받았다.
문화유산 부문에서는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이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에 선정됐다. 영남대로복원범시민추진위원회가 신청한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은 밀양읍성 석재로 1904년 지은 다리로 원형이 잘 보존됐다. 그러나 철도시설공단은 노후화로 인해 2022년까지 새로운 다리를 짓고 기존 철도교를 철거할 방침이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철도교에 대해 “일제 침략과 수탈 사실을 알려주는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목포 조선내화 옛 공장 권역’과 ‘제주 신평마을 비행기 격납고’, ‘서울 성북동 북정마을’은 각각 문화재청장상, 소중한문화유산상, 시민공모전 특별상을 받았다. 내셔널트러스트 관계자는 “수상 지역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매입으로 보전이 가능한 적정 지역을 선정해 시민모금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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