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의 코스트코 건축허가 반려와 관련한 구상금 채권을 면제해 달라며 북구의회에 제출한 주민청원서에 첨부한 지역 각 단체의 서명지.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 제공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은 2011년 구청장 재직 때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허가 신청을 3차례나 반려했다. “중소 상인과 지역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잇단 건축허가 반려에 대한 소신이었다.
윤 전 구청장은 이와 관련해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주인 진장유통단지조합에 의해 민·형사 소송을 겪었다.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재결과 이행 명령 등으로 그에게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압박했지만 끝내 굴하지 않자 직권으로 건축허가를 내줬다. 코스트코 울산점은 결국 2012년 8월 말 준공돼 문을 열었다.
2015년 7월 윤 전 구청장과 북구에 대한 3억67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자 북구는 손해배상금과 이자, 소송비용을 합한 5억6000만원을 진장유통단지조합에 지급하고, 2016년 8월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윤 전 구청장에게 4억여원의 구상금을 북구에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윤 전 구청장은 현재 구상금 채무 때문에 사는 아파트의 경매 절차를 앞두고 있고, 통장 거래까지 정지되면서 최소한의 경제활동마저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30여개 지역 주민·노동·중소상인 단체들은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와 ‘코스트코 구상금 면제를 위한 북구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9일 울산 북구의회에 윤 전 구청장의 구상금 채무를 면제해 달라는 주민청원서를 1만1257명의 서명지와 함께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앞서 북구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구청장의 현 처지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책임을 지려면 1990년대 초 서비스산업 개방 때 서유럽이나 일본처럼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해. 중소상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정부·국회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청원’은 한국사회 유통 법령과 제도의 잔혹함을 지방의회가 해소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울산지부는 주민청원과 관련한 의견서를 통해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의 여러 규정을 고려할 때 지방의회가 주민청원을 채택해 의결하면 자치단체가 윤 전 구청장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면제(포기)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경기 안양시가 삼성천 수해주민 소송비용 채권을 시의회의 본회의 의결에 따라 면제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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