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냄새야.”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강바닥의 흙을 퍼 올린 오준오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인상을 찌푸렸다. 칼바람이 부는 11월 초겨울의 날씨에도 유기물이 많이 섞인 퇴적토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진동했다. 이 일대 한강 하류에서 채집한 강바닥 흙은 검은빛으로 오염된 상태였다. “인근 하수처리센터에서 방류하는 오염물질이 흘러든 게 주된 원인”이라고 오 교수는 설명했다.
한강 신곡수중보 인근에서 퍼 올린 강바닥 흙. 유기물이 섞여 검은 빛을 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서울시당, 정의당 서울시당 등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정당 등으로 꾸려진 ‘신곡수중보 시민모니터링단’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에서 출발해 한강 원효대교 인근을 비롯해 가양대교 전 안양천 합류부, 방화대교 인근, 김포대교 인근(신곡수중보 상류)을 현장 조사해 수질과 강바닥 흙의 오염 정도를 비교했다.
한강 원효대교 인근에서 퍼올린 강바닥 흙. 모래 알갱이가 보일 정도로 수질이 양호하다.
이날 오준오 교수팀이 다기능수질측정기를 이용해 원효대교 인근에서 뜬 물은 용존산소량(DO) 7.75mg/L, 수소이온농도(PH) 6.79 등으로 수질이 양호했다. 신곡수중보에서 한강 상류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원효대교 인근 강바닥에선 맑은 모래가 채집됐다.
하지만 신곡수중보 상류인 김포대교 인근에선 물빛이 탁하게 변했다. 안양천 합류부 구간과 방화대교 인근을 지나며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섞인 강물이 신곡수중보에 막혀 제대로 흐르지 못한 탓이다. 물 위로 흰 거품이 떠다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신곡보 상류에서 퍼 올린 물의 수질은 용존산소량(DO) 7.60mg/L, 수소이온농도(PH) 6.95로 원효대교 인근 강물에 견줘 용존산소량이 낮고 수소이온농도는 높아졌다. 오준오 교수는 “보에 가로막혀 강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수질과 강바닥 토양 상태가 나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11월 중 신곡수중보의 가동보를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한강 신곡수중보는 가동보만 부분 개방된 상태다. 배광환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보 개방 후 수위 변화 등으로 끼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전 준비하는 단계다. 수위 측량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민모니터링단은 신곡수중보 인근의 오염된 수질과 토양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동보 부분 개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신곡수중보의 수문 열리고 재자연화가 일어날 경우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한강에 사는 생태계가 얼마나 많이 복원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2019년 3월까지 한강 신곡수중보 상·하류 주요 거점에서 △수질 모니터링 △보 인근 상·하류 수문 모니터링 △시설 및 안전 모니터링 △경관 및 생태 관련 모니터링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간첩의 수중 침투를 막겠다는 목적 등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수생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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