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겨울나는 떼까마귀 ‘군무’
포식자 방어하려 전략적 집단행동
22일 ‘태화강 달빛기행’ 행사
울산 태화강 일대를 날며 군무를 펼치는 떼까마귀 울산시 제공
겨울해가 저물 녘 울산의 태화강 일대는 떼까마귀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는다.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지낸 떼까마귀는 찬바람이 불 무렵 강원도 철원을 거쳐 울산으로 남하해 이듬해 초봄까지 겨울을 지낸다. 떼까마귀는 태화강 십리대숲 남쪽 삼호대숲에서 겨울을 나는 울산의 대표적 철새다.
떼까마귀는 낮 동안엔 울산 외곽에서 먹이를 찾다가 해질 무렵 둥지가 있는 태화강 일대로 수십수백 마리씩 모여든다. 그러나 먼저 왔다고 해서 먼저 내려앉는 법이 없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계속 공중을 맴돌며 떼춤(군무)을 춘다. 전체가 다 모이면 그제서야 일사불란하게 대숲의 둥지로 깃들인다.
황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지는 떼까마귀의 떼춤을 본 사람은 탄성을 감추지 못한다. 이 춤은 떼까마귀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전략적 집단 행동이다. 조류 전문가 김성수 박사는 “떼까마귀들은 항상 해가 진 뒤 둥지에 돌아와 해가 뜨기 전 둥지에서 나온다. 수천수만마리가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움직임으로써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태화강 대숲에서 올 겨울을 나는 떼까마귀의 숫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10만여 마리로 추산한다.
울산시는 22일 음력 10월 보름을 맞아 ‘시민과 함께 하는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 달빛 기행’ 행사를 마련했다. 오후 5시 태화강 옛 삼호교의 상설 야외무대(중구 먹거리단지 7번 앞)에서 출발해 떼까마귀 떼춤을 관찰하고 십리대숲 은하수길을 둘러보는 왕복 4㎞의 산책 프로그램이다. 김성수 박사가 울산 떼까마귀에 관해 설명해주고 태화강 일대의 생태 해설사 10명도 동행한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에선 달빛과 별빛 아래 진행되는 오카리나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