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이 끝나가던 1945년 4~6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일본군과 미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3개월 남짓 이어진 전투에서 미군과 일본군 8만여명이 숨졌다. 이 전투에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군의 강요로 총알받이가 됐고, 섬 전체 인구의 25%에 이르는 12만여명이 희생됐다. 본토에서 건너온 일본군은 섬 주민들에게 집단자결을 강요했고, 이를 피해 주민들은 자연동굴에 숨어 살기도 했다.
오키나와를 점령한 미군은 일본 본토 상륙을 준비했다. 미군의 중간 점령지가 제주도가 될 것이라 예상한 일본군은 제주도에 6만5천여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미군과의 일전에 대비했다. 다행히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제주는 전화를 피했다. 그러나 1948년 제주4·3이 시작되면서 제주 사람들의 처지는 3년 전 오키나와 주민들과 다를 게 없어졌다.
오키나와전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직접 그린 회화 작품들이 제주에 소개된다. 제주대 평화연구소와 제주4·3평화재단이 22일부터 12월10일까지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공동주최하는 ‘오키나와전의 기억과 그림전’이다. 모두 132점이 선보인다. 수용소, 피난에 나선 주민들, 숨진 어머니 곁에 앉아 있는 아가의 모습은 화가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를 보는 듯하다.
개막일인 22일 오전 9시30분부터는 제주대 평화연구소 주관하는 심포지엄이, 23일 낮 12시40분부터는 제주오키나와학회 주관으로 ‘제주와 오키나와의 지속가능한 교류와 연대’라는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주최 쪽은 “제주와 오키나와 주민들의 고통 기억을 공감하고, 이를 통해 두 지역 간 교류와 연대가 두터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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