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40호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전라도 고유의 문화가 깃든 문화재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나주박물관은 “오는 23일부터 석 달 동안 전라도 정도 1000년을 기념해 ‘풍요의 땅 전라-1000년의 시간을 걷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라도 사람들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이룩한 문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품에는 조선시대 선비의 고고함이 깃든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과 영산강 유역의 번성했던 한 때를 보여주는 나주 신촌리 9호분 출토 금동관(국보 295호)이 포함됐다.
1018년 전라도라는 지명이 탄생한 것을 계기로 마련한 전시에는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문화재 100여 점이 선을 보인다. 전시는 △풍요로운 땅에서 이룬 선사고대문화 △미륵신앙과 선종이 피어난 불교문화 △고려 문화의 정수, 청자 △학술과 문예로 꽃핀 유교문화 △전통회화의 발전과 계승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주 고분군 금동관과 금동신발 등에선 고대부터 영산강 유역에 독립된 세력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시기가 가장 오래된 나주 죽림사 괘불을 비롯해 송광사 요령과 화엄사 석경 등 불교 문화재도 만날 수 있다. 고려청자 생산의 중심지였던 강진·부안에서 제작된 순청자·상형청자·상감청자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최부, 김인후, 기대승 등 전라도 학자들의 문집과 서간을 통해 사상과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고, 정철의 가사와 윤선도의 시조 등 국문학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작품을 음미할 수도 있다. 섬세한 필치로 정평이 난 조선 초상화의 정점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윤두서 집안에서 전해져오는 화첩도 전시된다. 조선 말기 진도에 머물렀던 소치 허련의 작품들은 남종화의 전통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권혁산 국립나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 이래 전라도 사람들이 보여준 넓고 깊은 문화의 힘을 되새기는 자리다. 문화재를 통해 앞으로 1000년을 상상해보는 체험을 해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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