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단독] 채용계획 직접 세우고 응시…서울시 고위직 ‘셀프 재취업’

등록 2018-11-23 05:00수정 2018-11-23 07:39

서울농식품공사 파견 고위 공무원
정년 2년여 앞두고 명예퇴직 신청
해당 채용 지원해 9명 중 홀로 합격
시·공사에서 같이 일한 지인이 면접

시 감사위, 공사에 ‘주의 요구’ 조처
공사는 ‘담당자 교육’으로 마무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의 한 전직 고위 공무원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전문직 채용 계획을 결재한 뒤 명예퇴직하고 스스로 해당 채용 공고에 지원해 합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무원의 채용 면접 당시 면접위원 일부는 이 공무원의 지인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서울 가락시장 등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22일 <한겨레>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받은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2017년도 서울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자료 등을 보면, 2012년 12월 서울농식품공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서울시 고위 공무원 ㄱ씨는 정년을 2년여 앞두고 2015년 1월2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ㄱ씨는 퇴직한 뒤 곧바로 자신이 근무하던 자리로 재취업했다. 공사는 ㄱ씨가 퇴직하면서 결원이 생기자, 이 인원을 채우기 위해 같은 해 2월 ‘전문개방형 직위’ 채용 공고를 냈다. 문제는 ㄱ씨가 공사에 재직 당시 이 채용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결재권자였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명퇴하면서 생긴 빈 자리에 스스로 지원해 합격한 것이다.

채용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면접위원들 가운데 ㄱ씨의 지인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2012∼2015년 2월 공사 본부장으로서 ㄱ씨와 함께 근무한 ㄴ씨, 서울시 고위 공무원으로 ㄱ씨와 함께 근무한 외부위원 ㄷ씨, ㄱ씨와 2013∼2014년 공사 인사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외부위원 ㄹ씨 등이 모두 면접위원이었다. 9명의 지원자 가운데 ㄱ씨가 유일하게 최종 합격했고, 계약 기간 2년을 채운 뒤 지난해 2월 다시 공사에서 퇴직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 이런 감사 결과를 공사에 전달하고 ‘주의 요구’ 조처했다. 시 감사위는 “응시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타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자를 심사위원에서 제척하거나 기피하도록 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되도록 해야 했다”며 “채용 절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농식품공사는 지난 6월 “채용 심사위원 선정 때,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담당자를 교육했다”고 사후 조처를 보고했다.

이밖에도 공사는 계약직원 운영관리내규에 따라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소지한” 지원자를 채용해야 하는데도, 2014년 안전성검사원을 채용하면서 관련 자격증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시 감사위는 이런 점들에 대해서도 ‘주의 요구’ 조처했다. 공사는 역시 담당자에 대해 교육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서울농식품공사 관계자는 “ㄱ씨가 채용 계획을 결재했지만, ㄱ씨가 채용에 지원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면접위원을 뽑는 과정은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감사 당시 ㄱ씨는 이미 퇴직해 징계나 인사 조처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