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폭력조직 조직원에게 폭행당한 것을 보복하려고 광주로 원정나온 수도권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24일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23일 밤 광주의 한 술집에서 수도권 3개파 폭력조직과 광주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함께 술을 마셨다. 인천·서울·경기를 기반으로 한 수도권 지역 ‘조폭’들은 이날 평소 알고 지내던 광주 폭력조직 조직원 부모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 술자리는 수도권 조폭 조직원 간 시비로 시작돼 떠들썩한 싸움으로 번졌다. 싸움을 서로 말리던 중 인천지역 폭력조직 조직원이 광주 폭력조직 조직원한테 폭행당했다.
ㄱ(23)씨 등 수도권 지역 폭력조직 조직원들은 이날 밤 자파 조직원들에게 ‘보복 원정’을 요청했다. 하루만에 40여 명이 앙갚음을 하겠다며 광주로 집결했다. 이들은 24일 광주광역시 북구 각화동 한 여관을 통째로 빌렸다. 그리고 이날 오전 ‘화해’를 중재하려고 찾아온 광주지역 폭력조직 조직원 ㄴ(24)씨를 붙잡아 폭행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직원을 때린 가해자 뿐 아니라 나머지 조직원들을 모두 데려와 무릎을 꿇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비도 모두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수도권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원정왔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형사들 뿐 아니라 기동대·특공대 대원 등 60여 명을 투입해 여관을 급습했다. 당시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테이저건과 가스총 등으로 중무장을 했다. 일부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저항했지만, 경찰은 큰 충돌없이 신속하게 이들을 제압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25일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을 붙잡아 감금·폭행한 혐의(범죄 단체 조직·활동죄 등) 등으로 ㄱ씨 등 1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달아난 폭력조직 조직원들도 추적해 모두 검거할 방침이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폭력조직의 ‘집단 원정’은 이례적인 사안이다. 폭력배들을 미리 검거해 지역 폭력조직 간 집단 패싸움으로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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