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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내부에서 경찰을 선거에 끌어들였을까?

등록 2018-11-27 17:22수정 2018-11-28 06:15

전북대 교수 40명, 선거 개입 혐의로 관련 교수 고발
처음 문자받은 교수와 이를 공개한 교수회장 등 3명
경찰 간부의 문자 받은 교수는 이를 다른 교수에 전해
“선거 기간인 줄 몰랐다는 경찰청 해명은 납득 안 돼”
교수회장 “경찰 조사 받았고 본부 주장은 사실과 달라”
지난 10월17일 경찰청 김 경감이 전북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지난 10월17일 경찰청 김 경감이 전북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문자를 처음 받은 교수는 김 경감을 알고 있었을까?

전북대학교 교수 40명이 지난 26일 전북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이 사건에 관련된 교수 3명을 전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된 사람은 경찰청 김아무개 경감으로부터 처음으로 문자를 받은 교수, 교수회장, 이아무개교수 등 3명이며, 혐의는 교육공무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무고 등이다. 이 고발에 따라 김 경감이 무슨 의도로 전북대 총장 선거 와중에 유력한 후보였던 현 총장을 내사했는지, 또 관련 교수들이 사전에 현 총장에 대한 경찰의 내사를 선거 운동에 이용하려 한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이미 이남호 총장의 재선 출마와 관련한 보도가 있었고, 김 경감이 이틀에 걸쳐 만났거나 통화한 교수들 중에서 3명의 경쟁 후보자가 포함돼 있었는데도 ‘선거 기간인 줄 몰랐다’는 경찰청 해명은 납득이 안 된다. 또한 문자를 보낸 김 경감이 총장 비리 여부를 알 리 없는 평교수들이나 선거에 출마한 경쟁 후보자들을 만나 이남호 총장에게 비리가 있는지를 알아본 이유, 총장 내사설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 선거 판도에 뒤엎고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 경감을 고발하진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경찰 규정 위반은 맞지만, 현행법을 적용해 고발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월26일 교수회장이 후보자들에게 반송의뢰한 질의서.
10월26일 교수회장이 후보자들에게 반송의뢰한 질의서.
교수들이 고발한 사건 수사에서 밝혀져야 부분은 관련 교수들이 경찰청 수사국 김 경감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와 김 경감이 왜 이 교수들에게 연락을 했느냐다. 고발한 교수들은 전북대 내부에서 김 경감의 내사를 선거에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김 경감의 문자메시지가 전북대 교수에게 처음으로 도착한 것은, 선거운동을 시작한 다음날인 10월17일 오후 2시13분이다. 해당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발신인으로 ‘김○○경찰청수사’가 찍혀 있다. 따라서 해당 교수가 미리 김 경감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김 경감의 문자를 받은 뒤 김 경감의 이름과 소속을 주소록에 저장했는지, 김 경감이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해당 교수에게 연락했는지가 모두 의문이다.

이 문자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이를 근거로 10월20일 전북대의 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장 선거 와중에 경찰청의 내사라니…훼손되는 학교의 명예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또 교수회장도 10월22일 평의원들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대학본부에 사실 여부 확인을 요구했다. 대학본부는 23일 공문을 통해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교수회장은 25일 “본인 등 2명을 대학본부가 긴급 수사 의뢰했고, 경찰청 내사 관련성이 밝혀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체 교수들에게 전자우편(이메일)을 보냈다.

선거를 이틀 앞둔 10월27일 교수회장이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선거를 이틀 앞둔 10월27일 교수회장이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이어 교수회장은 26일 7명 후보자들에게 “만약 경찰청의 내사와 관련된 총장 선거 후보자가 있다면, 이번 총장 선거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일지 입장을 밝혀달라” 등 4가지 항목의 질의서도 보냈다. 교수회장은 27일 전체 교수들에게 설문에 답한 6명(이남호 총장 답변하지 않음)의 의견을 종합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내용은 △경찰본청의 내사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후보자 중 세 명은 내사 경찰관을 만났거나 통화한 적이 있다 △내사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알려야 하며, 사실 관계는 경찰에 맡겨야 한다 등이다.

총장 선거가 끝나고 경찰의 내사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뒤인 11월13일 기자회견을 연 교수들은 “내사 관련 정보 공개는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그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조직적인 음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교수회장은 내사 사실을 기정사실화하여 확대 재생산하고 (총장을 뺀) 6인의 후보자들은 여기에 편승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실체도, 근거도 없는 내사 사태로 선거가 난장판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전북대학교 교수들이 지난 11월13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임근 기자
전북대학교 교수들이 지난 11월13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임근 기자
교육공무원법 제24조 2(선거운동의 제한)는 “누구든지 대학의 장 후보자 선거와 관련해 연설·벽보 및 그밖의 방법으로 거짓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공연하게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서 후보자를 비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앞서 대학본부는 선거를 앞둔 10월22일 총장 직무대리인 교학부총장 명의로 교수회장 등 2명을 교육공무원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전주덕진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김 경감한테 처음 문자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해당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수회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대학본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김 경감이 경찰관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다. 해당 서에서 성역없이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29일 치러진 전북대 제18대 총장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던 이남호 총장은 ‘경찰 내사설’이 터지면서 3차 투표까지 가는 고전 끝에 2순위로 밀렸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13일까지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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