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1일 전북 군산 회현중학교 학생들이 배지영(가운데) 한길문고 상주작가를 찾아왔다. 학생들이 배 작가가 쓴 책 <소년의 레시피>를 들고 있다. 배지영 작가 제공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 확산으로 위축된 지역의 작은서점들이 공동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 한길문고와 예스트서점, 우리문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작가회의가 진행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최근 선정됐다. 작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작은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전국 거점서점 15곳을 선정해 작가가 상주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군산시 나운동의 한길문고에서는 배지영 작가가 문학 코디네이터로 상주하며 ‘읽고 쓰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소’, ‘나도 쓸 수 있는 에세이’, ‘북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거점서점인 한길문고는 규모가 작은 예스트서점과 우리문고의 작가강연회 개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읽고 쓰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소’는 매주 화·금요일 두차례 운영한다. 지금까지 4회를 열었는데 전주에서 방문한 50대 남성은 “독서클럽에 참여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책 한 권을 쓰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나도 쓸 수 있는 에세이’는 일상의 주제를 선정해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수강생에게 자신감을 북돋운다.
배지영(46) 작가는 “참여자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지역에 작가들이 상주하는 것에도 만족해하는 것 같다. 군산 출신 작가 채만식의 <탁류>를 읽은 뒤 ‘탁류길 걷기’와 문학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체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지영(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한길문고 상주작가가 시민들과 함께 웃고 있다. 배지영 작가 제공
1987년 녹두서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한길문고는 당시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애용되다가 2003년 이름으로 바꿔 주거지역인 나운동으로 이전했다. 2012년 8월 폭우로 책 10만권이 물에 잠기는 사고를 겪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었고 회의실 등 더 많은 공간을 시민들에게 내주고 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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