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노렸을까? 의리 때문일까?”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임기 말에 했던 부적절한 행적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의도’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네팔에 체류 중인 그는 4일 문자사기 사건 피해자에서, 공천을 받으려 금품을 건넨 혐의(선거법 위반)와 공·사립 기관에 취업을 청탁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피의자로 신분이 180도 바뀌었다. 경찰과 검찰은 5일까지 출석하라고 문자와 우편으로 통보했다.
전남경찰청은 그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아무개(49·여·구속)씨의 딸(30)과 아들(29) 등 2명이 취업할 수 있게 시장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을 부탁한다”는 김씨의 문자를 받고 이에 따른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김씨의 딸은 지난 2월 사립인 광주ㅅ중에 기술·가정 기간제 교사로 채용돼 3월부터 여태까지 근무하고 있다. 채용 당시 그는 학교 관계자한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씨의 아들은 지난 3월 시 산하 기관인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임시직으로 채용됐다. 지난 10월까지 7개월 동안 전시 준비 등 업무를 맡았고,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사직했다. 채용 당시 그는 이 센터의 간부로 근무 중인 측근한테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두 기관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채용 관련 서류를 분석 중이다. 그는 10월 초 수사를 개시할 때까지도 사기범과 수십 차례 문자를 주고받는 등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4차례로 나눠 김씨한테 4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 가운데 3억5000만원은 시중은행 2곳에서 대출받고, 1억원은 지인한테 빌린 돈이었다. 그는 ‘권양숙인데.....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는 김씨의 문자에 속아 자신의 명의로 거액을 보냈다.
이 사건을 송치받은 광주지검은 그의 송금 동기,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하는 등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당시는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시기였고 지난 2월3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재선에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계의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친노’나 ‘친문’에 속하지 않았던 성향에 비춰볼 때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처지가 어려운 이들을 많이 도왔던 만큼 단순한 선의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견해다.
시민단체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광주 참여자치21은 “국외에 체류하면서 침묵 속에 숨어있지 말고 사건 전모, 자금 출처, 채용 청탁을 이실직고해야 한다. 민선시장이었던 만큼 광주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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