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소방대원 및 관계자들이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배관 파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4일 오후 발생한 경기도 고양 난방공사 배관 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최초에 배관이 폭발한 지점 인근을 지나다가 치솟는 고온 물기둥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딸과 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경찰과 소방 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숨진 손아무개(69)씨는 4일 오후 결혼을 앞둔 딸, 예비 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오후 8시40분께 손씨가 몰던 차량 주변에서 매설된 난방공사 배관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물기둥과 토사가 손씨의 차량을 덮쳤다. 손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차량은 패인 도로에 앞쪽이 빠진 상태였고 앞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경찰은 “배관이 터진 지점 인근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된 점, 앞 유리가 깨진 점 등으로 추정할 때 순간적으로 치솟은 뜨거운 물이 한꺼번에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중화상을 입고 고립된 피해자가 뒷좌석으로 탈출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손씨의 주검을 부검할 예정이다.
4일 오후 8시4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역 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이 파열되는 사고로 손씨 외에도 이아무개(48)씨와 손아무개(39)씨가 손과 다리 등에 중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25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부터 인근 지역 약 2800여 가구에 난방이 중단돼 시민들이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 속에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난방공사와 소방당국은 밤샘 긴급복구를 벌여 5일 오전 7시50분 전 지역 난방을 재개했다.
한편, 파열 사고가 난 850㎜ 온수관은 1991년에 매설된 것으로 배관의 노후화가 이번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난방공사와 고양시 관계자는 “수송관의 용접 부분이 오래돼 녹이 슬어 있었는데 배관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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