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한겨레> 자료사진
주민들이 갑상샘암 피해 소송 중인 진행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 핵발전소에서 피폭 방사선량(피폭 선량)이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건이 나왔다고 해당 소송의 주민 쪽 법무 법인이 밝혔다. 한수원은 적용 기준을 혼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리 핵발전소 근처 주민의 갑상샘 암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법률대리인 법무 법인 ‘민심’은 “79년 주민들의 갑상샘 피폭 방사선량이 허용 한도의 2~3배에 달한다는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이 법무 법인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수원 전신인 한국전력은 1980년 9월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 보고서에서 1979년 핵발전소 근처 주민의 갑상샘 최대 피폭 선량이 성인 기준 연간 0.183밀리시버트(mSv)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연간 피폭 선량 한계 기준치인 0.1mSv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이 법무 법인은 “이후 한전의 80~84년 보고서에는 갑상샘 피폭 선량 측정 수치가 빠져있다가 85년 보고서부터 다시 기록됐다. 허용 한도 이하로 줄어든 뒤에야 이를 다시 공개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민심은 또 “79년 핵발전소에서 나온 위험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 방출량이 15억베크렐(㏃)인데, 93년엔 131억㏃로 8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근처 주민의 갑상샘 피폭 선량은 0.06mSv 수준으로 일정하게 나타난다. 피폭 선량은 방사성 폐기물 방출량과 비례한다. 방사성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했는데도 피폭 선량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측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심은 “한수원은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폐기물을 배출했고 선량한도 허용 범위를 지켜왔다고 주장했지만, 이 보고서는 그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소송 중인 사항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법무 법인에서 피폭 선량 허용 기준을 혼동했다. 80~84년 방사성 물질 배출 기록도 모두 갖고 있으며, 이것 또한 허용 한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또 방사성 물질 배출량과 방사선량은 단순 비례 관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고리 핵발전소 근처 주민은 2012년 7월 핵발전소 때문에 질병에 걸렸다며 한수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핵발전소의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결했다. 현재 2심 변론이 끝나고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민심은 보고서를 토대로 법원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12일 예정된 선고는 미뤄진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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