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낙동강으로 소풍을 가서 강강술래를 하는 아이들.
나룻배를 타고 미실장터로 향하는 박시골 우지마 여인들.
도연폭포로 마실갔던 와룡 태리 여인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던 도연폭포는 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다.
도목리 구미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이 강가에서 냄비밥을 해먹던 시절.
주민들의 기억과 고증으로 재구성한 월곡면 미질2동의 모습이 담긴 <마을인지 지도>.
독립투사인 석주 이상룡 선생이 직접 쓴 <가족단 명첩>.
40여 년 전 안동댐이 생기면서 사라진 고향마을의 정감 어린 모습이 담긴 사진전이 열린다. 경북 안동시와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은 6일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사라진 마을의 모습이 담긴 사진 200여장을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안동시 와룡행정복지센터에서 전시한다”고 밝혔다.
유경상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 원장은 “지난 5월부터 연구원 직원 6명이 마을이 사라진 뒤 주변에 흩어져 사는 지역주민 80명을 만나 안동시 와룡면 가류리, 기사리, 도곡리, 도목리, 미질리, 산야리, 오천리 절강리, 주진리 등 수몰되고 없어진 마을 9곳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모으고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전시되는 사진 가운데는 독립투사인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성이씨 가족들의 ‘가족단 명첩’이 눈길을 끈다. 석주 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며 종손 부재 시 가족운영을 당부하는 말,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은 데 따른 문중 사람들의 각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 책에는 이상동, 이봉희 등 탑동 종손, 평지파 종손 등 집안대표 66명의 명단이 적혀있다.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인사들 가운데 대부분은 석주 선생을 따라 만주로 건너갔고, 고향에 남은 사람들은 독립운동을 지원하면서 문중을 지켰다. 이 가족단 명첩은 도곡동 출신 이종기(91)씨가 보관해왔다.
사진전에서는 또 주민들의 기억과 증언을 토대로 과거 항공사진을 대조해가며 마을 전체의 모습을 복원한 ‘마을인지 지도’ 14점도 선보인다. 수몰되면서 사라진 마을에서 주민들의 집, 정미소, 양조장, 농협창고 등의 사진도 볼만하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쪽은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없어지면서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옛 자료들도 함께 물에 잠겼다. 42년의 세월이 흘러 잊혀가는 게 안타까워 올해 들어 기록 복원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연구원관계자는 “올해 마을 9곳에서 자료를 모았고, 내년에는 마을 10곳에서 각종 잊힌 자료와 사진 등을 찾아낼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자료수집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976년 높이 83m 길이 612m 규모의 안동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 인근 안동시 와룡면, 예안면, 도산면, 임하면, 월곡면, 녹전면 등 6개면 마을 54곳이 물에 잠기고 이곳 주민 2만여명이 집을 잃은 채 고향을 떠났다. (054)857-2083.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