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해 11월 전북 익산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4억5천만원을 뜯어낸 사기범이 대통령까지 사칭했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지방정가와 교육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수억원을 뜯어낸 김아무개(49·구속)씨는 사립학교 대표에게 권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을 사칭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범 김씨는 지난 9월 광주의 한 사립학교 법인 대표 ㄱ씨에게 ‘권양숙입니다. 윤 시장 소개로 연락드렸으니 조용히 통화를 하자’는 내용이 적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ㄱ 대표가 윤 전 시장에게 확인하자 윤 전 시장은 “권 여사가 맞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김씨의 딸은 윤 전 시장의 부탁으로 지난 3월부터 이 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최근 사직서를 냈다. 김씨 아들은 지난 2월부터 8개월여 동안 광주시 산하 공기업에 임시직으로 근무했다
김씨는 ㄱ 대표에게 자신의 아들을 취직시켜 달라고 부탁한 뒤 5억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ㄱ씨가 이를 의심하자 “권여사님과 통화했습니다. 권여사님 부탁은 제가 한 거랑 같습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사칭하는 문자까지 보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 평양을 방문 중이던 시기였다. ㄱ씨는 이 문자를 받고 사기행각으로 알고 봉하 마을 쪽에 연락해 경찰 내사가 시작돼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윤 전 시장과 사립학교 관계자 등 5명을 직권남용과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현재 자원봉사를 하러 네팔에 갔다가 체류 중인 윤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도 수사중이다.
김씨는 범행이 들통날 때까지 10개월 동안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권 여사의 딸 등 6명을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사기 사례는 청와대가 지난 10월 22일 누리집에 실린 ‘사칭범죄 관련 대통령 지시 발표문’에도 들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라 생각하고 신고해달라”고 특별지시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