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중심 창작-`말할 수 없는 말'(박진영 작)
“그림을 그리면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시민자유대학 미술제에 처음 참여한 최송아(36)씨는 7일 “물감의 물성이나 붓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등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를 비롯해 중·고등학생, 건축가, 약사, 교사, 공무원 등 시민들은 지난 9월 첫 미술제 전체 모임을 열었다. 그리고 재현회화·표현회화·입체·아이디어 중심 창작 등 4개 분야 작가 4명을 소개받았다. 최씨는 “컵을 그대로 그리려는 게 재현회화라면, 컵을 본 뒤 자기 생각을 그리는 게 표현회화예요. 표현회화는 그냥 동그라미만 그려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중심미술은 어떤 개념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는 현대미술의 한 경향이다. ‘1924년 가을 밤’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완성한 최씨는 “저는 그림에 별다른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석달동안 창작의 기쁨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전문 작가들과 대화하고 토론한 뒤 작품을 제작해 함께 전시하는 방식의 실험적인 미술제가 열린다.
광주 시민자유대학은 7일 저녁 7시 광주 전남대 용지관 전시실에서 ‘시민자유대학 미술제’를 연다. ‘따로 또 같이’라는 주제로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기성 전문 작가들에서부터 중?고등학생, 건축가, 약사, 교사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이날 작품을 완성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서로 나눈 뒤,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의 즉석 비평도 듣는다.
시민자유대학 미술제는 시민들이 전시의 기획·창작·비평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행사다. 지난 해 처음 열린 시민자유대학 미술제 땐 각자가 완성한 작품을 함께 전시한 뒤 작품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9~11월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사전에 각 영역별 미술 창작워크숍을 여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술제 참여를 신청했던 시민들은 각자의 관심에 따라 △재현회화(조성숙 작가 지도) △표현회화(정재형 작가 지도) △입체(이정기 작가 지도) △아이디어 중심 창작(김용근 작가 지도) 등 4개 영역 중 한 분야를 선택했다. 최행준 시민자유대학 교수의 진행으로 진행된 전체 모임에서 전문 작가들과 동료, 시민들의 조언을 듣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최종 완성했다.
이번 미술제는 예술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을 시민들 스스로 찾아가려는 데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시민작가들이 창작워크숍과 전체 모임에서 작품의 발상과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나 미술제에서 관객들의 즉석 비평회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기문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시민자유대학 이사)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실험적인 미술제가 정례화되고 있어 기쁘다. 작품을 보는 균형 잡힌 시각과 기준을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내려는 시도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자유대학은 철학·문학·음악·건축·미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개설해 시민들과 함께 학문과 예술을 공부하는 대안대학으로 2016년 3월 문을 열었다. 광주비엔날레와의 협업으로 ‘상상된 경계들, 경계 너머 상상들: 2018광주비엔날레 읽기’를 기획해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기도 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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