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17일 충북진로교육원에 문을 연 ‘꿈의 집’을 찾아 그림으로 표현한 각자의 꿈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는 학생 9100명의 꿈과 자신의 작품을 ‘꿈의 집’에 설치했다. 오윤주 기자
“아이들의 그림은 작은 창이다. 아이들의 생각은 작은 꽃씨다.”
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58)씨가 그림과 아이들에 대해 밝힌 생각이다. 강씨는 17일 충북 청주 대성로 충북진로교육원 마당에 작품 ‘꿈의 집’을 설치했다. 이곳은 충북교육청 진로체험교육기관으로, 꿈을 지닌 아이들을 미래로 안내하는 공간이다.
충북지역 학교 146곳의 학생 9100명의 꿈을 담은 그림 작품. 오윤주 기자
‘꿈의 집’은 아이들과 강씨의 꿈으로 지었다. 충북지역 학교 146곳의 학생 9100명이 자신의 꿈을 3인치(7.62㎝) 정사각형 그림 안에 담았고, 이를 타일로 구운 뒤 벽면에 붙였다. 3인치 큐브 타일을 잇는 설치는 강씨가 즐기는 작품 형식이다. 괴산 명덕초 고보현 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영동 이수초 유인근 쉐프, 충주 남산초 이준희 축구선수…. 등 9100명의 다른 꿈이 집을 이뤘다. 개관식 뒤 한 학생은 “작은 내 그림이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설치미술가 강익중(왼쪽부터)씨가 17일 충북진로교육원에 문을 연 ‘꿈의 집’에서 학생들이 그림에 담은 꿈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교육청 제공
강씨는 ‘한글과 달항아리 그림’ 1021점, ‘내가 아는 것’ 4608점 등 5629점을 기증했다. 꿈의 집 뾰족지붕과 바깥벽은 ‘한글과 달항아리 그림’, 내부 천장은 ‘내가 아는 것’으로 꾸몄다. 애초 ‘한글과 달항아리 그림’은 한국산업은행에 설치돼 있었지만, 기부 형식으로 이곳에 새로 자리 잡았다. 충북교육청은 강씨의 작품을 이전하고, 학생들의 꿈을 담은 그림을 설치하는 데 3억7000여만원을 들였다. 강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충북진로교육원에서 ‘나의 꿈, 우리의 꿈’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익중씨와 학생 9100명의 꿈으로 지은 꿈의 집 내부 벽. 오윤주 기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의 ‘한글과 달항아리’ 작품 등으로 설치된 ‘꿈의 집’. 오윤주 기자
강씨는 “고향 어린이들이 큰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실현해 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해 뜻있었다”고 밝혔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강씨는 1994년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 전을 열면서 명성을 얻었다. 미국 뉴욕 지하철역·샌프란시스코 공항 청사에 작품을 설치했으며, 독일 루트비히 박물관이 선정한 ‘20세기 미술작가 120명’에 뽑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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