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병 가족의 교통사고 현장 모습. 화천소방서 제공
지난 20일 신병 수료식 날 면회 온 가족과 여자 친구 등 4명을 교통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육군 김아무개 이병을 조기 전역시켜야 한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잇따라 올라왔다. 가족과 여자 친구를 잃은 김 이병이 충격으로 정상적인 군 복무를 할 수 없고, 오히려 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청원인들의 주장이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김 이병의 전역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한 청원인은 ‘신병 수료식 후 귀갓길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김 이병 전역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을 글에서 “고작 몇 주 휴가라니. 어찌 보면 지킬 것이 사라졌는데, 무슨 심정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겠나. 살아남은 아버지도 김 이병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예비역 부사관이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휴가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 김 이병은 나라의 아들이 아닌 한 가정으로 되돌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면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화천에 군 생활을 하는 막내를 둔 한 아버지는 ‘신병 교육 후 면회 제도 개선’이라는 글에서 “9시 수료식 전에 화천을 가려고 대전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음식 준비한 뒤 새벽 5시에 출발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일찍 일어난 탓인지 졸음이 쏟아져 곡예 운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자신의 위험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영외 면회 후 오후 6시 복귀’로 돼 있는 면회 제도를 ‘1박2일 후 오후 3시 복귀’로 바꾸면 면회객이 낮에 귀가할 수 있어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병과 같은 신병 교육대에서 지난 5월 아들과 면회를 했다는 한 아버지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6시4분께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한 육군 부대 인근 460번 지방도에서 김 이병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김 이병 가족의 승용차가 도로 옆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김 이병의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등 가족 3명과 김 이병의 여자 친구 등 4명이 숨졌다. 김 이병의 아버지는 크게 다쳤다. 이들은 신병 교육을 마친 김 이병을 면회한 뒤 경기도 성남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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