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키다리아저씨가 찾아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전해달라”며 1억2100만원을 기부했다. 대구공동모금회 제공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잘 전달해 주세요”
지난 24일 저녁, 대구 시내 한 식당에서 한 60대 남성이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에게 1억21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이른바 ‘대구 키다리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이 자리에서 “매월 1천만원씩 12달을 모았다. 이자까지 합쳐 1억2100만원이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돈을 모으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은 돈을 우리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부인은 “우리 남편은 어릴 적 꼭 공부하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들을 돕는데 더 열성적으로 앞장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키다리아저씨’는 “우리는 3평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아직도 갖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그나마 꼭 필요한 것들은 가졌기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2012년 1월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그해 12월 1억2300만원, 2013년 12월 1억2400만원, 2014년 12월 1억2500만원, 2015년 12월에는 1억2천만원, 2016년 12월에 1억2천만원, 2017년에는 1억2100만원씩 돈을 냈다. 7년 동안 모두 8차례에 걸쳐 9억6천만원을 기부했다. 대구에서 개인 기부자가 낸 기부금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키다리아저씨’는 본인이 이름과 신원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식당에서 만나 수표를 받은 뒤 대화를 나누면서 기부에 얽힌 간단한 소감이나 사연을 들을 수 있었지만 본인의 뜻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희정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키다리아저씨의 뜻에 따라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성금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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