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딸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던 아버지의 삶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났다. 지난 22일 새벽 5시30분께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 아버지는 딸 ㄱ(13)양의 방문과 창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ㄱ양의 모습은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을 내려다보니 ㄱ양이 아파트 1층 화단에 쓰러져 있었고, 아버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26일 유족의 말을 들어보면, ㄱ양은 지난 21일 오전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에이(A)형 독감으로 타미플루와 해열제 5일 치를 처방받아 약을 먹고 학교에 갔다. ㄱ양은 이날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출마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ㄱ양은 먹은 약을 토했다. 결국 ㄱ양은 선거에서 자신의 의견만 발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ㄱ양은 담임 선생과 친구로부터 부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축하 파티를 했다. ㄱ양은 밤 10시께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 그는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타미플루 부작용 가능성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의사나 약사에게 주의사항을 듣지도 못했다. 약을 처방한 해당 병원 의사는 ‘바빠서 고지를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약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부작용을 알았다면…”이라고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ㄱ양이 환각 증상을 일으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상행동 원인이 타미플루 때문인지 고열 때문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 없지만 아동·청소년 환자 일부에게서 이상행동이 나타나는 사례가 있어 보호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냈다. 현재 타미플루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통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드물게 정신적 혼란 등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지난 24일 장례를 치렀다. 이날 ㄱ양 고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이다.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에서 일선 병원 의사와 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하여 달라. ㄱ양처럼 의사, 약사에게 한마디 주의사항 못 듣고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청원했다. 타미플루 부작용 관련 청원도 6건이 더 올라왔다.
ㄱ양 유족은 “타미플루와 이상 증상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부작용에 따른 위험한 상황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의 약 부작용 고지도 강제화해야 한다. 타미플루뿐만 아니라 다른 약에서도 비슷한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법적 조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기본법에는 의사·약사는 의약품 부작용을 환자에게 알려주게 돼 있다. 특히 의약품 관련해서 약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해야 하게 돼 있다. 이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할 보건소는 해당 약국이 ㄱ양에게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병원 쪽에는 처벌 근거가 없어 행정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ㄱ양의 혈액 검사를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관할 보건소와 타미플루 부작용 등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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