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3일 당선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2018년에도 전국에선 수많은 이슈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와 같은 밝은 뉴스도 있었지만, 군산 지엠공장 폐쇄와 같은 어두운 뉴스도 많았다. 특히 올해엔 난민, 공항 건설, 철도역 건설, 집값 등을 두고 전국적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뜨거운 논쟁을 통해 사회가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기대하면서 <한겨레> 전국팀이 올해의 10대 지역 뉴스를 선정했다.
1. 지방선거, 28년 만에 뒤집힌 보수 텃밭
6·13지방선거에서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 텃밭’이 됐던 부산·울산·경남의 지방권력이 28년 만에 모두 교체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동진 정책’이 첫 승리를 거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자유한국당 후보를 눌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부산 16곳 중 13곳, 울산 5곳 모두, 경남 18곳 중 7곳에서 이겼으며, 광역의회에서도 부산 47석 중 41석, 울산 22석 중 17석, 경남 58석 중 34석을 차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에서도 지방자치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장세용 시장이 당선했다. 장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에 불참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보였ㄱ다.
2. 5·18 계엄군, 성폭행·헬기 사격 확인
지난 5월 <한겨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여고생과 가정 주부 등에 대한 계엄군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꾸려진 정부공동조사단은 지난 10월 5·18 당시 계엄군의 여성 성폭행 사건 17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쉬쉬해왔던 금기가 깨진 것이다.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지면 가해자들의 반인륜적 범죄를 추적하고, 피해 여성들에 대한 치유와 보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21·27일 두 차례 광주 상공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맹비난했던 전두환씨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건강 악화 등 핑계로 미뤄진 전씨의 재판은 2019년 1월7일 광주에서 열린다.
지난 4월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을 위해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줄을 선 모습.
3. 예멘인 집단 입국으로 불붙은 ‘난민 논쟁’
지난 4월 제주에 예멘인 550여명이 집단 입국해 한국에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2015년 발생한 내전으로 예멘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국내 정착과 난민 인정 등을 둘러싸고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치안과 복지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난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토론됐다. 9월과 12월 정부는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4명 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했고, 412명에겐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56명은 단순불인정, 14명은 직권종료했다.
4. 난기류 만난 김해·흑산도 공항 건설 계획 올 한 해는 신공항 건설 사업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까지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설계 등의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9월 실무검증단을 꾸려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검토해 왔다. 이들은 정부의 기본계획대로라면, 김해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구실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중단됐다. 서울지방항공청이 계획안을 보완하기로 했지만 위원회에 반대 의견이 많아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 지엠(GM) 군산공장 폐쇄로 대규모 실업
지난 2월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지엠(GM)이 한국 군산공장을 닫겠다고 발표했고, 5월 실제로 문을 닫았다. 2천여명이 일한 군산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지엠 쪽은 군산공장 가동률이 최근 3년간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노조와 군산 지역은 반발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뒤 휘청대던 군산 경제는 또 한번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4월 군산을 ‘산업위기특별지역 및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6.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사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3월6일 전격 지사직에서 사퇴했다. 미투 폭로의 물결 속에 김지은 전 수행비서가 “안 지사에게 수차례 성폭행, 성추행당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이었다. 유력한 다음 당권, 대권 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하루 아침에 정치계에서 퇴출됐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다시 여론이 들끓어 항소심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 충청권 들었다 놓은 세종역 신설 논란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세종시에 세종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세종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철도역인 오송역이 세종시 중심에서 20㎞나 떨어져 있어 만성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오송역과 공주역의 기능 축소를 우려한 충북과 충남은 즉각 반발했다. 호남 의원들은 오송역을 배제하고 천안아산역에서 익산으로 질러가는 노선 변경까지 요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역 신설에 반대해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물밑에선 여전히 논란 중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함께 입장하는 남과 북.
8. 남북관계 개선 마중물 된 원 팀 코리아
지난 2월9~25일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대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다. 평창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이었다.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따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쪽 최고위 인사 방문, 개회식 때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은 막혀있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었다. 평창올림픽의 성과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9. ‘대선 후보’ 이재명, 김경수의 운명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다음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기소됐다.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한 해 내내 입줄에 올랐던 이 지사는 ‘친형의 강제입원’ 등 다른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첫 재판을 받는다. 친문 세력의 적자로 꼽히는 김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지사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정치적 운명은 재판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0. 서울 집값 폭등과 박원순 시장의 실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10일 싱가포르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다. 이 발언은 ‘종이호랑이’에 그친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과 맞물리면서 여의도, 용산의 집값을 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후 여의도, 용산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결국 박 시장은 지난 8월26일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한다”고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