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간선도로 위 공공주택 예상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도로 위, 교통섬, 빗물펌프장 등 시내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8만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26일 내놨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도 도심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란 호평이 나오는 반면, 한편에서는 도로 위 등에 주택을 지었을 때 소음과 먼지 등에 따른 주거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 및 8만채 추가공급 세부계획’을 보면, 지난 9월과 이번 달 19일 1, 2차 정부 합동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약속한 도심 공공주택 약 3만채 공급에 이어 시는 추가로 약 5만채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공주택 공급 방법이다. 우선, 서울시는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도로 약 500m 구간 위에 1000채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R?inventer Paris)’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과 편의시설 등을 짓는 구상이다.
인공지반 위에 건물을 올린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건설 방식은 상용화된 공법이며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는 “국외에도 이런 사례가 많아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충분히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도 “이미 검증된 기술일뿐더러 민간에게 땅을 사들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라 오히려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 역시 “건물을 안전하게 올릴 지반을 만드는 것은 토목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공주택 바로 아래에 있는 북부간선도로로 인한 소음·매연과 주변 거주환경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오히려 공원이 조성되고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소음이 없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도쿄,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에서도 도로 위에 (집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시도지만 국외에서는 이러한 공법을 많이 활용해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리 17구 외곽순환도로 위 복층 도시, 일본 오사카의 티케이피(TKP) 게이트 타워, 독일 베를린 슈랑겐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서대문구 경의선 숲길이 끝나는 연희동 일대의 교통섬과 증산동 빗물펌프장 상부 등에도 600채의 공공주택과 편의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교통섬은 교차로 또는 차도 분기점에 설치되는 섬 모양의 땅이나 시설로, 차나 보행자를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연희동 교통섬은 내부순환도로 인근 언덕 형태의 유휴부지로 건물을 올릴 정도의 땅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와 함께 공공부지나 유휴부지를 확보하고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을 3년 한시적으로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2020년까지 총 8만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 끝 교통 숲 공공주택 예상도. 서울시 제공
한편,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서울시가 지목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주택공급은 확대됐지만, 자가보유율은 2010년 51.3%에서 지난해 48.3%로 오히려 떨어졌다 “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에 대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부동산 투기수익 환수 등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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