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교하지구 주민들이 27일 지티엑스 A노선 착공식이 열리는 고양 킨텍스 앞에서 ‘변경노선 결사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경만 기자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도심 대심도 고속 전철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에이(A) 노선이 ‘교통 혁명’이란 기대와 ‘졸속 사업’이란 비판 속에서 착공됐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김현미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사업 관계자, 시민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티엑스 에이 노선을 착공했다. 착공 행사장 밖에서는 파주 교하지구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민 200여명이 영하 7도의 한파 속에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노선 변경과 졸속 착공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축사에서 “기반시설이 부족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접근하는 교통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수도권 전체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혔다. 경기 동남부와 서북부가 연결되는 지티엑스 에이 노선이 착공되고 비, 시 노선이 현실화되면 수도권이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기념사에서 “지티엑스 에이 노선 착공이 만성적인 교통난을 겪었을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 공사 과정에서 주민의 생활 불편과 안전상 위협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환경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지티엑스는 지하 40m에 터널을 뚫어 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광역철도로, A노선은 파주∼일산∼삼성∼동탄 등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 83.1㎞를 잇는다. 이번에 착공하는 구간은 파주 운정과 서울 삼성동을 잇는 42.6㎞로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한다. 사업비는 2조9017억원이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민간 사업자인 ‘에스지레일 주식회사’을 사업 시행자로 실시 협약을 맺었다. 삼성∼동탄 구간은 지난해 3월 정부 재정 사업으로 지정됐다.
에이 노선이 개통되면 파주 운정~서울역 20분, 킨텍스~서울역 16분, 동탄~삼성 22분 등 이동 시간이 기존 대중교통의 4분의 1에서 5분의 1로 단축돼 장거리 통근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이 사업의 이면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과 노선 변경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노선이 주거지 지하를 지나는 파주 교하와 서울 강남, 용산 주민들은 안전, 소음, 진동 등을 우려하고 있다. 용산구 후암, 갈월, 동자동 주민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소음이나 진동으로 인해 노후 건축물이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는 지난 2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주민들과 만남도 갖기 전에 노선을 확정하고 착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국토부에 유감을 표했다. 또 교하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와 열병합 발전소 지하로 공사를 하면 대형 가스 기지와 온수 탱크의 파손, 지반 침하, 건물 균열 등 사고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전국의 48개 환경단체 연대 단체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오로지 정치적 성과를 뽐내기 위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망각한 졸속 착공”이라며 “사업 계약 방식과 실시 설계, 환경영향평가 절차들이 모두 4대강 사업과 똑같이 추진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법에 근거한 심의와 협의 절차를 무시해 공공 이익이 훼손되고, 국민들에게 부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문제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경만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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