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마움을 느꼈는데 전보 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전남 강진의 공립 대안학교 청람중 선명완(56) 교장은 1일 “김상배(50·6급) 행정실장의 헌신을 편지를 써서라도 교육청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7년 청람중에 와 2년 동안 근무하다 1일 강진교육지원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 교장 등 교직원 35명은 최근 박성수 전남도교육청 행정국장에게 김 전 실장을 칭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전남 강진 공립대안학교 청람중 김상배 행정실장(두번째 줄 맨 왼쪽)이 지난 해 학생들과 산악등반 체험학습에 동행해 사진을 찍고 있다. 청람중 제공
김 실장은 행정업무의 중심을 학생 교육지원에 두었다. 선 교장은 “김 실장이 지난 해 6월 태풍이 몰려 왔을 때 우산도 쓰지 않고 학교 시설물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방학 땐 시설물·기숙사·교구 파손 실태를 파악해 개학 전에 수리를 완벽하게 끝내 놓곤 했다. 교직원들은 편지에서 “김 실장은 2년 동안 근무조건이 까다롭고 거친 일이 많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지원행정의 표본을 선보였다. 그의 실천력은 대안 교육을 바로 세우는 지지대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김 실장은 학교 예산집행 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교사들에게 알렸다. 월별·분기별로 예산 집행내역을 전부 뽑아 교사들한테 서명을 받았다. 선 교장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적기에 집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12월 초까지 강진교육지원청 관내에서 예산을 80% 이상 집행했던 학교는 청람중이 유일했다. 선 교장은 “이 때문에 청람중에선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에 흔히 생길 수 있는 칸막이가 사라졌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2013년 전남에서 최초로 체험 대안학교로 개교한 청람중의 산악등반, 무인도 체험 등 체험학습에도 배낭을 메고 동행했다. 선 교장은 “김 실장이 대열의 맨 마지막에서 걷다가 힘든 학생들의 배낭도 대신 메주는 등 멘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청람중 8학급 학생 126명의 이름을 일일이 외워 불렀던 김 실장은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손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 악수’도 나눴다. 김 실장은 “과분한 칭찬을 듣는 것 같아 부끄럽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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