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소촌아트팩토리 안 카페 아트코뮌에서 열린 ‘재즈 브런치’ 공연 무대.광산구 제공
수요일 점심, 삭막한 공단 지대 한 곳에서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흐른다. 관객들은 점심 시간에 나온 공장 노동자들이다. 공단이 쉬는 토요일 오후에도 공연이 열린다. 두 공연 모두 지역의 청년 음악인들이 주관한다.
광주 광산구는 올해도 소촌 농공·산업단지에서 ‘예술공장 토요문화만찬’과 ‘재즈브런치’라는 재즈 공연을 이어간다. 지난 해 7~12월 아홉차례 열린 두 문화행사엔 500여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공연은 오래 전 지어졌으나 빈 건물로 방치돼온 공단 관리사무소에서 열린다. 광산구는 이곳을 개조해 소촌아트팩토리를 열었는데, 이곳에 입주한 ‘아트코뮌’이라는 카페가 한 달에 두번씩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재즈브런치’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30분에 선보인다. 노동자 관객들 앞에서 재즈 음악만 연주하는 이색 특화공연으로, 지난해 네 차례 열렸다. 공연 때마다 50여 개 좌석이 꽉 찼다. 관객들은 계절의 감성에 어울리게 선곡된 재즈 음악 연주를 감상한 뒤 차를 마시며 노동의 피로를 풀었다.
지난 해 11월 광주 광산구 소촌아트팩토리 안 아트코뮌 카페에서 열린 ‘예술공장 토요문화만찬’ 무대에서 센치한 버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광산구 제공
‘예술공장 토요문화만찬’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토요 공연은 ‘달콤한 재즈’, ‘토이피아노’, ‘10월의 보사노바’, ‘퐁당퐁당 북콘서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지난달 15일엔 4인조 인디밴드 에이브이(AV)가 ‘어메이징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공연장을 달궜다. 토요일 공연의 객석은 공단 노동자와 가족들로 채워진다.
광산구는 소촌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2천여명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음악 공연을 시작했다. 공단에 입주한 100여 곳의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3~5명이 일하는 소규모 영세업체라는 특성을 고려한 문화적 실험이다. 광산구 쪽은 “반응이 좋다. 듣는 공연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대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 행사는 소촌아트팩토리 안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광산구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에이브이, 수프, 앙상블슈, 양리머스, 센치한버스, 리페이지 등 젊은 음악인들이 평소에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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