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태의 고장’으로 알려진 강원도 고성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명태 1만9176마리가 잡혔다. 사진은 고성에서 잡힌 명태 모습. 고성군청 제공
동해에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춘 명태가 최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히고 있다. 하지만 ‘명태의 귀환’에 대한 반가움보다는 우려가 크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30㎝ 안팎의 작은 명태들이 대부분인데다, 명태 복원을 위해 치어를 대량 방류한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겨우 돌아오기 시작한 명태가 다시 싹쓸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고성군과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 7560마리가 잡혔다. 지난달 21일에는 4806마리, 23일에도 3530마리가 잡혔다. 이런 식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잡힌 명태만 1만9176마리에 이른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도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 200마리가 그물에 잡힌 적이 있지만, 자연산 명태가 동해안에서 수천 마리 단위로 대량 포획된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명태가 잡힌다는 소식에 어민들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결실을 본 것 아니냐고 반색한다. ‘명태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해역에 고기잡이배들이 몰려들면서 자리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태’로 불릴 만큼 귀한 명태는 20마리 한 두름에 도매가가 3만3000원까지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명태가 해수부가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고성 앞바다에 방류한 치어 가운데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까지 방류한 치어는 2015년 1만5000마리, 2016년 1000마리, 2017년 30만 마리, 2018년 91만 마리 등모두 122만6000마리에 이른다. 실제 지금까지 잡힌 명태는 대부분 30㎝ 안팎으로 다 자란 명태 크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잡힌 명태 가운데 4마리는 지느러미에 표식을 달아 방류한 개체로 확인됐다. 잡힌 명태 가운데 상당수가 방류한 치어가 아닌가 하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명태 자원이 자연적으로 회복된 것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잡혀야 하는데 최근 잡힌 명태는 모두 치어를 집중 방류한 고성 공현진 앞바다에서만 잡히고 있다. 이번에 잡힌 명태가 방류한 치어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원 회복을 위해 방류한 명태가 미처 크기도 전에 남획될 우려가 커지자 강원도와 고성군 등 지방정부들이 나서 어민들에게 명태잡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명태는 27㎝ 이하만 잡지 않으면 되고, 포획 금지 기간도 따로 정해진 게 없어 실질적으로 막을 길은 없다.
앞서 정부는 자원이 회복될 때까지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해왔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지난해 7월 명태포획을 연중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2019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에 발이 묶여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제처 심사 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명태 연중 포획이 금지되면 포획은 물론 유통도 전면 금지된다. 국무회의는 1월 중순쯤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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