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가 1991~1992년 지은 시영아파트(3500가구) 입주 대기자는 1732명인데 빈집이 186곳이나 된다. 사진은 광주 한 시영아파트 단지.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영구임대 아파트 2채 사이의 벽을 1채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영구임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24~26㎡(7~8평) 등 작은 규모가 많은데, 최근 이런 평형이 선호되지 않아 빈 집이 늘자 현실에 맞춰 고치려는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 영구임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20억원(중앙정부 예산 포함)을 들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요자 맞춤형 세대벽 철거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한다. 이 사업은 24㎡(7평)짜리 2채 사이의 벽을 헐어 1채로 만드는 것이다. 시는 안전을 위해 벽을 철거해도 문제가 없는 곳을 미리 선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50채를 25채로 통합한 새 영구임대 아파트는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에 제공한다.
이렇게 광주시가 작은 임대 주택을 통합해 더 넓은 주택을 만들려는 이유는 저소득층도 좁은 평형을 선호하지 않아 영구임대 아파트에서도 빈집이 늘기 때문이다. 광주도시공사가 1991~1992년 지은 24~26㎡(7~8평) 규모의 시영아파트(3500채) 가운데 186채가 비어있는데, 여기에 들어가지 않고 대기 중인 가구가 1732가구나 된다. 이렇게 광주시의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 대기자 중 77%가 40㎡(12평) 규모로 입주하기 위해 작은 임대주택에 들어가지 않고 장기 대기 중이다. 서구 쌍촌동 시영아파트 40㎡(12평·75가구) 규모는 대기자가 무려 661명에 이른다.
영구임대 아파트 대기자들이 40㎡(12평) 규모를 원하는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24~26㎡ 규모의 시영아파트는 거실 겸 방 1곳과 부엌, 화장실이 전부로 1인 이상 가족이 생활하기엔 매우 좁다. 박종민(51) 광주 광산구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은 “광산구 하남지구 시영아파트와 주공 영구임대 아파트 300채가 3년 동안 비어있다”며 “영구임대 아파트 연한을 50년 정도 본다면 소형 평형 가구를 통합해 확장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2월 광주시 광산구 하남주공영구임대아파트단지 안 하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솥밥 카페 개소식이 열렸다. 광산구 제공
문제는 광주시의 이런 정책이 현행 법률을 어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 특별법엔 영구임대 아파트의 전용면적 규모를 40㎡(12평) 이하로 제한한다. 그런데 24㎡(7평) 규모의 2채를 통합하면 48㎡ 평형으로 늘어 법률을 위반하게 된다. 최진아 광주시 도시재생국 주거복지 담당은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춰 영구임대 아파트 1채의 규모를 현재보다 넓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잇게 국회와 국토교통부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구임대 아파트의 시설도 장애인과 노인 등 가구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의 시영아파트 5곳과 토지주택공사 영구임대 아파트 7곳 등 12곳, 1만4832채 중 70% 정도가 장애인과 홀몸노인이 사는 1인 가구다. 그러나 시설은 비장애인이나 젊은이들이 살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낡았기 때문이다. 박종민 관장은 “화장실 문턱 높이가 15㎝나 돼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없고, 부엌 싱크대도 장애인들에겐 높은 편이다. 건강 약자들을 맞춘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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