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태의 고장’ 강원도 고성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명태 1만9176마리가 잡혔다. 이 가운데 100마리의 유전자를 검사해보니 모두 자연산으로 판명됐다. 사진은 고성에서 잡힌 명태. 고성군 제공
지난해 말 고성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힌 명태가 유전자 검사에서 모두 자연산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 명태가 어디서 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명태는 그동안 수산당국이 방류한 명태일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자연산으로 드러나자 방류한 명태의 생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이번에 잡힌 명태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보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자연산으로 판명됐다고 7일 밝혔다. 센터는 지난달 18일부터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자 치어를 바다에 풀어주는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방류한 명태와 유전적 특성이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1차로 100마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했다.
양식에 성공한 어린 명태의 모습.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18일부터 고성 앞바다에선 열흘 정도 사이에 무려 1만9176마리의 명태가 잡혀 관심을 모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도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 200마리가 그물에 잡힌 적이 있지만, 자연산 명태가 동해안에서 수천마리 단위로 대량 포획된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라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의 결실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서 자연산으로 판명되면서 오히려 자취를 감췄던 자연산 명태가 어디서 왔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잡힌 명태는 모두 공현진 앞바다에서만 잡혔고, 새해 들어 또다시 자취를 감춰 이런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양식에 성공한 어린 명태의 모습.해양수산부 제공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등 수산당국은 이번에 명태가 잡힌 공현진 수역의 해양환경 조사와 자연산 명태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공양식에 성공해 그동안 고성 앞바다에 방류한 명태 치어 122만6000마리의 생사도 관심사다. 방류한 명태 가운데 유전자 검사로 생사가 확인된 개체는 겨우 3마리에 불과하다. 2017년 속초위판장에서 수집한 명태 67마리 중 2마리와 2018년 같은 곳에서 수집한 514마리 중 1마리다.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1차 검사에서 모두 자연산으로 판명됐지만 앞으로 추가 검사를 할 계획인 만큼 방류한 명태를 발견할 가능성은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해성수산자원센터 관계자는 “기대가 컸는데 자연산으로 판명돼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방류한 명태는 바다 어딘가에 대부분 살아 있을 것이다. 지난달 잡힌 1만9176마리 가운데 겨우 100마리만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추가로 500마리의 샘플이 있는 만큼 유전자 검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식에 성공한 어린 명태의 모습.해양수산부 제공
국민 생선 명태의 어획량은 1950년대 2만4천톤, 1960년대 1만7천톤에 머물다 1970년대 7만톤, 1980년대 7만4천톤까지 치솟았다. 1981년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만톤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새끼 명태인 노가리에 대한 무분별한 어획으로 명태 어획량이 1990년대 6천톤으로 떨어지더니 2000년대 100톤 이하, 2008년엔 어획량 ‘0’을 기록했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명태잡이 어선도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사라진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해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는 등 2014년부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