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망에 혼획된 상괭이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마다 그물에 갇혀 죽는 이른바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를 살릴 수 있는 그물코 크기가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안강망 어구에 갇힌 상괭이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 장치 유도망의 적절한 그물코 크기를 찾아냈다고 8일 밝혔다. 안강망은 물살이 센 해역에서 아귀처럼 입을 벌려 떠밀려 오는 물고기를 잡는 큰 주머니 모양의 그물이다.
수산과학원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2012~2016년 동안 해마다 1200여마리의 상괭이가 어구에 걸리거나 갇혀 죽었다. 이 가운데 80여%는 안강망 어구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상괭이 탈출장치를 연구했는데,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는 유도망의 그물코 크기가 300~370㎜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그물은 기존 해파리 방지 그물을 개량한 것인데, 물고기는 통과하고 몸집이 큰 해파리나 상괭이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또 다른 그물로 가로막은 모양새다. 물살 때문에 상괭이가 그물 안쪽으로 들어가더라도 중간에 있는 탈출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상괭이 그물 탈출장치 원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상괭이는 보통 1분에 2~3차례 물 위에 올라와 호흡하고 최장 4분까지 잠수하지만, 그물에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 상괭이 혼획 확률을 낮추기 위해 그물코를 작게 하면 잡히는 물고기 크기도 작아져 조업 경제성이 떨어졌다. 수산과학원은 이번에 상괭이를 보호하면서 어획 손실을 최소화하는 그물코 크기를 찾은 것이다. 최우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장은 “탈출장치가 보급되면 안강망의 상괭이 혼획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괭이는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다. 수심이 얕은 곳에 서식하며 아시아 연안에서만 분포하는 돌고래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취급에 관한 국제조약’(CITES)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서·남해가 최대 서식지로 알려졌다. 상괭이는 2005년 우리나라에 3만6000여마리로 추산됐지만, 2011년 1만3000여마리로 급감한 것으로 수산과학원은 파악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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