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일대에서 청계천 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 대회를 마친 뒤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향해 한 상인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 공구상가를 비롯해 을지면옥, 양미옥 등 오래된 식당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을지로 인근 상공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백년가게본부)’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교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또 예술인과 시민들이 중심이 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보존연대)’도 이날 서울 중구청에서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어 2만1043명의 서명을 담은 ‘재개발 반대 성명서’를 서울시와 중구청에 전달했다.
송치영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우리나라에 100년 넘은 가게가 10여개뿐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오래된 가게와 재래시장을 위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 16일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사업시행인가가 나고 있다”며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은 법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은 안다. 설계 일부만 바꾸는 ‘꼼수’를 부린다면 박 시장을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운재개발촉진지구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철거 위기에 놓인 을지면옥. 채윤태 기자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는 재개발사업인 세운재개발촉진지구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으로 최근 세운3-1구역과 세운3-4·5구역의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재개발 지역 상공인과 예술인들이 재개발 반대 투쟁에 나서고, 을지면옥을 비롯한 노포(오래된 가게)가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재개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조만간 시의 입장과 구체적 방안이 담긴 ‘도심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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