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달 4일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의 원인은 ‘용접 불량’ 때문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일산동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1991년 최초 배관 공사 당시 용접 불량 상태로 배관에 접합돼 있던 열배관 조각 부위가 장기간 내부변동압력 등의 영향을 받아 분리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 회신을 전달받았다”며 2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산새도시 개발 당시인 27년 전에 이뤄진 부실공사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서 뜨거운 물기둥이 솟구쳐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화상 등 피해를 입은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1차적인 원인과 함께, 관계자들이 안전점검과 사고 발생 당시 초동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통제실 관리책임자 ㄱ씨와 직원 등 4명, 수송관 관리책임자 ㄴ씨와 직원 등 2명 등 총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현장 점검을 맡은 하청업체 소장 ㄷ씨와 직원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991년 당시 부실공사를 한 배관 용접공에 대해서는 현재 추적 중이다.
ㄱ씨 등은 지난해 12월4일 저녁 8시35분께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메인 배관을 잠그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평소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압력 수치로 미뤄 긴급 상황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단순히 온수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만 짐작하고 오히려 압력을 높이는 조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ㄴ씨 등은 하청업체의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감독하고, 수송관의 평소 상태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현장에 나오는 데도 40여분이 소요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청업체 소장과 직원들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육안으로 진행했어야 하는 점검작업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육안 점검은 열수송관이 묻혀 있는 지반에 균열이나 파임이 있는지, 연기가 나지는 않는지 등을 매일 살펴봐야 하는 업무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차례씩 진행되는 열화상 카메라 이용 점검과 별개로 상시로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뤄지는 점검이다.
경찰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고양지사와 하청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부실 혐의를 밝혀냈다.
한편, 이 사고로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송아무개(69) 씨가 숨지는 등 55명의 인명 피해와 74건의 재산 피해가 난방공사 쪽에 접수됐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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