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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밀집사육·살처분 거부한 ‘착한 동물농장’의 수난

등록 2019-01-24 04:59

익산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어려움 호소
살처분 거부하며 신념 지켰으나 경영난
융자금 못 갚아 사료비 지원 신청도 반려
지난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앞에서 주인 임희춘씨가 자신이 기르는 닭의 사육장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우려돼 11월말부터 4월초까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지난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앞에서 주인 임희춘씨가 자신이 기르는 닭의 사육장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우려돼 11월말부터 4월초까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자식 같은 닭들인데, 넉넉히 먹이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22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서 만난 임희춘(51) 대표는 자신이 키우는 산란용 닭들을 걱정했다.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그는 2년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당시 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일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와의 소송이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사료 구입마저 여의치 않을 만큼 경영난이 가중됐다.

김씨의 수난은 2017년 3월 시작됐다. 그해 2월27일과 3월5일 망성면 농장에서 고병원성 에이아이가 발생하자, 익산시는 반경 3㎞ 이내의 농장 17곳에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당시 주변 농장 16곳의 닭 8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임 대표는 획일적인 살처분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2015년 익산으로 귀농한 그는 동물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공장식 우리 대신 넓은 계사에 닭 5000여 마리를 방사해 키웠다. 친환경 사료를 먹여가며 애지중지 키운 닭들을 그는 도저히 살처분할 수 없었다. 당시 농장은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까지 받은 상태였다.

대가는 혹독했다. 닭 5천 마리가 낳은 달걀 20만개의 반출이 금지됐다. 할 수 없이 이 달걀을 땅에 묻어 폐기처분했다. 얼마 뒤 에이아이는 진정됐다. 하지만 달걀 출하를 못하니 자금 압박이 심화됐고, 빚을 얻어 사룟값을 댔다. 그는 시를 상대로 살처분명령 취소청구 소송을 냈지만 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내려진 살처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임 대표를 고발했고, 현재까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앞에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앞에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박임근 기자
익산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심각했다. 반경 3㎞ 안 농장 2곳에서 고병원성 에이아이에 감염된 닭이 나와 정말 위험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살처분 명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익산시는 최근 임씨가 낸 사료비 지원 신청도 반려했다. 시 관계자는 “동물복지에 대한 신념에서 나온 선택이라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 사료비 지원 역시 임 대표가 먼저 받은 융자금을 갚지 못한 상황이어서 해 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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