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제70주년 제주4·3 북촌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려 유족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아이고, 아버지~” 제단에 국화꽃을 놓고 분향하는 할머니 손이 떨렸다. 해마다 찾아오는 위령제인데도 늘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제주4·3 당시 대표적 집단학살지로 알려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4·3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4일 오전 10시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열렸다. 올해는 북촌리 학살사건이 일어난지 70년 되는 해다.
이승찬 북촌유족회장은 이날 고유문에서 “오늘은 4·3의 광풍으로 온 마을이 화염에 휩싸이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어 엄동설한 살얼음판에 나앉았던지 70년이 되는 섣달 열아흐렛날이다. 4·3의 역사는 70여년 동안 험난하고 굴욕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평화의 섬, 제주도를 산 자들이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2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제70주년 제주4·3 북촌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윤인철 북촌리장도 주제사에서 “누가 어떠한 세력이 무슨 권한으로 인간의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혈육의 정마저 난도질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4·3의 올바른 정립, 4·3의 완전 해결을 통한 해원 상생 등 갈 길이 먼듯하나 하나하나 일궈내야 할 우리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북촌리 학살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사건이다. 1949년 1월17일(음력 12월19일) 새벽, 북촌마을 어귀 너븐숭이 비탈에서 무장대 습격으로 군인 2명이 사망하자, 함덕마을에 주둔하던 2연대 3대대 군인들이 들이닥쳐 집마다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 집결시킨 뒤 운동장과 주변 밭에서 300여명이 넘는 주민을 집단학살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4·3평화공원에서 4·3위령제가 열렸다.
주민들은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음력 섣달 열아흐렛날을 기해 북촌초등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 위령제를 지내다 2007년 너븐숭이에 위령성지를 만든 뒤부터는 위령성지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에는 참사의 현장이었던 북촌초등학교 운동장 한 켠에 ‘제주4·3 북촌주민 참사의 현장비’를 건립해 그날의 잔학상을 기억하고 후대들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동복리 4·3평화공원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4·3위령제가 열렸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