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새 광장 조성 사업은 청와대와 협력해서 추진해 온 일로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 내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두 사람이 광화문광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25일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김 장관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대로 하면 정부서울청사는 쓸 수가 없게 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라고 받아쳤다. 박 시장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정부,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서 그동안 추진해 왔던 일”이라며 “(김 장관이 반대하는) 당선안에 나와 있는 기본 설계 계획은 지난해 4월 문화재청과 이미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서울시와 행안부가 ‘새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한 뒤, 김 장관이 언론을 통해 설계안에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만을 표시했다. 박 시장은 “김 장관 얘기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면서도 “행안부에서 (지난 23일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가, (24일) ‘협의해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서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김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앞서 지난 23일 행안부는 서울시가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당선 설계안에 대해 “행안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수용이 곤란하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24일 행안부와 긴급 협의를 한 뒤 “성공적인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두 기관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김 장관은 <한겨레>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고 설계안에 대해 거부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놓고 김 장관과 박 시장이 충돌하면서 한편에서는 여당 내 유력 대권 주자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한 물음에 “그렇게 사이 벌리는 얘기는 하지 말라. 제가 (김 장관을) 만나서 잘 해결하겠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답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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