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현장에 출동하다 사고로 순직한 고 박권서(58) 경위를 추모하는 글이 경찰청은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 있다.경찰청 페이스북
112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던 순찰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순찰차에 타고 있던 박권서(58) 경위가 숨졌다.
27일 경찰 쪽의 말을 종합하면, 전북 익산경찰서 여산파출소 소속 박 경위는 지난 25일 밤 11시45분께 순찰차를 타고 112 신고가 접수된 현장으로 출동했다. 박 경위가 탄 순찰차는 신고 현장 인근에서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온 크루즈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순찰차는 이 충격으로 도로 옆 배수로에 빠져 크게 파손됐다. 이 사고로 순찰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박 경위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순찰차 운전석에 있던 국아무개(54) 경위, 승용차 운전자 손아무개(26)씨도 크게 다쳐 현재 치료 받고 있다. 손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05%로 단속 수치(0.05%)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손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박 경위 등은 “운전 중 크루즈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다”는 한 운전자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이었다. 손씨는 이 운전자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제한 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에서 급하게 속도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블랙박스·EDR(사고기록장치)을 넘겨 분석을 의뢰중이며, 손씨의 과실이 명백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익산시 원광대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민 청장은 순직한 박 경위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경찰청은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항상 책임감을 갖고 근무한 당신을 기억하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조문을 마친 민 청장은 박 경위와 함께 사고를 당해 같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국 경위의 병실도 찾았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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